“언니가 살려달라 했는데…” 애도기간 이틀째, 슬픔에 잠긴 홍콩

2025-11-30

정부, 공식 애도기간 선포 이틀째

추모객 몰리고 유가족 통곡 이어져

인도네시아 등 외국인 노동자도 희생

최소 128명이 사망한 홍콩 웡푹 코트 아파트 화재 참사로 홍콩 전역이 슬픔에 잠겼다. 홍콩 당국은 29일부터 사흘 간을 공식 애도기간으로 선포했다. 시민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으며 당국의 실종자 수색 작업도 진행 중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30일 추모당마다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참사 현장인 왕푹 코트 맞은편 마련된 추모당에는 1500명 넘는 시민들이 몰려 최소 30분 동안 기다려야 입장할 수 있었다. 흰색 또는 노란색 꽃을 들고 온 시민들은 기다리는 동안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엄숙한 태도로 헌화했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키트 호는 “버스를 타고 늘 그 아파트 단지를 지나가는데 이렇게 불타버릴 줄은 몰랐다. 직접 와서 죽은 자들이 편히 쉬기를 바라는 소원을 적고 싶었다”며 “다른 사람들이 남긴 메시지를 읽으며 홍콩 사람들의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모두 같은 생각을 공유한다”고 말했다.

홍콩 정부는 앞서 29일 웡푹 코트 아파트 단지 화재 참사 희생자들을 기린다며 이날부터 사흘 간을 공식 애도 기간으로 선포했다. 홍콩 내 모든 공공기관 건물에는 오성홍기와 홍콩 깃발의 조기가 걸렸다. 홍콩 18개구에 시민들이 조문할 수 있는 추모당이 마련됐다.

경찰은 이날 오전부터 실종자 수색 작업을 계속했다. 이번 화재는 지난 26일 32층 아파트 7개 동에서 발생했으며 진화에는 43시간이 소요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128명, 부상자는 83명이며 여전히 150명이 실종 상태로 남아 있어 추가 희생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크리스 탕 핑컹 홍콩 보안국 국장은 약 89구의 시신이 불에 타 신원을 알아볼 수 없는 형태라고 전했다.

시신을 확인한 가족들의 통곡도 이어졌다. 화재가 낮시간에 발생해 집에서 손주들을 돌보던 노인들의 피해가 컸다고 전해진다.

30시간 넘게 수색한 끝에 68세 부모와 갇힌 아기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확인한 위니 후이는 “나는아이을 잃었다”는 말을 반복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양씨라고 밝힌 한 여성은 “언니의 시신이 불에 타서 알아볼 수 없었다”며 “불이 막 났을 때 언니가 나에게 전화해서 도와달라고 했다. 불과 10분밖에 안 됐는데 이미 불길이 집까지 번져 있었다”고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사망자 가운데는 필리핀·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출신 가사도우미와 이주노동자들도 포함돼 있다. 홍콩 주재 인도네시아 총영사관은 이번 화재로 전날 기준 인도네시아 가사도우미 7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총영사관 측은 유가족과 연락을 취하고 있으며 시신 본국 운구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주 가족 아기를 구하고 본인은 중태에 빠진 필리핀인 가사도우미 소식도 전해졌다. 홍콩 성도일보에 따르면 홍콩에 온지 얼마 안 된 한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는 고용주 가족과 함께 수 시간 동안 갇힌 상태에서 생후 3개월 아기를 껴안고 있다가 구조됐다. 그는 위중한 상태로 응급실에서 치료받고 있으며 아기는 안정적인 상태라고 전해졌다.

현지 이주노동자 단체는 화재가 난 아파트 단지에 인도네시아(119명)와 필리핀(82명)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거주·근무하고 있다면서, 이 가운데 필리핀인 19명과 인도네시아인 11명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인근 타이워에서 교회 동료들과 함께 참사 현장에 온 가사도우미 욜란다 폰타닐라(55)는 “두 명의 필리핀인이 보호소에서 발견됐다. 여전히 많은 실종자들이 남아 있다. 그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말했다.

이재민들은 홍콩 당국이 마련한 9개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유족에게는 20만 홍콩달러, 우리 돈 약 3700만원의 위로금이 지급되고, 피해 가구에는 5만 홍콩달러의 생활비가 지원된다. 홍콩 정부는 1000개 규모의 숙박시설을 확보했고, 임시 거주용 보조 주택 1800가구도 추가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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