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은 마천루 사이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도시다. 그 독특함에 한몫 톡톡히 하는 게 건물 외관을 에워싼 ‘대나무 비계’(작업용 발판), 곧 ‘죽팡(竹棚·광둥어 발음)’이다. 홍콩영화에서도 아슬아슬한 대결을 펼치는 무대로 자주 등장한다.
그 죽팡이 이번 홍콩 아파트 화재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 걸로 전해진다. 지난 26일 화재가 발생한 홍콩 타이포의 32층짜리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는 보수공사를 위해 설치한 대나무 비계와 공사용 안전망이 불길을 키웠다고 한다. 30일 기준 146명이 사망했다. 실종자도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안전 등을 이유로 진즉에 금속 비계로 대체된 중국 본토와 달리, 홍콩에서는 죽팡이 여전히 널리 쓰인다. 작은 아파트와 건물이 밀집해 있는 홍콩의 특성상 유연한 대나무가 더 적합하고 가격이 저렴해서다. 하지만 속이 빈 대나무는 가연성이 높아 안전문제가 제기됐었다. 웡 푹 코트 주민들도 외부 보수공사 기간에 화재 위험이 있다며 수차례 민원을 넣었다는데, 당국의 무관심에 화를 면하지 못했다.
이번 참사는 2017년 영국 런던의 그렌펠 타워 화재와 닮았다. 웡 푹 코트처럼 그렌펠 타워 역시 서민 거주지였다. 가연성 외장재를 사용한 탓에 당시 72명이 목숨을 잃었다. 영국 정부는 이 사건 이후 고층 건물 외벽에 가연성 소재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지난 3월 단계적으로 금속 비계 사용을 의무화한 홍콩에서 대나무 비계가 완전히 사라질지는 지켜볼 일이다.
최악의 참사 앞에 홍콩 시민들은 슬픔에 잠겨 있다. 피해자 상당수는 대피가 어려운 노인들이었다니 안타까움을 더한다. 12월 결혼을 앞두고 출동했던 소방관은 돌아오지 못했다. 그의 예비신부는 스레드에 “슈퍼히어로가 임무를 마치고 크립톤(슈퍼맨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적었다. 홍콩 당국은 29일부터 사흘간을 공식 애도 기간으로 선포했다. 분명한 건 애도로 끝나선 안 된다는 점이다. 공사 과정에 문제는 없었는지 해명을 요구하는 성난 목소리에 답해야 한다. 대도시 어디서건 일어날 수 있는 인재는 비용보다 안전이 먼저임을, 작정한 외면과 안전불감증은 죄가 됨을 새삼 깨친다. 대다수가 아파트에 살고 있는 한국이라고 예외일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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