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003490) 본사 대강당. 대형 화면에 국적 대형항공사(FSC)를 상징할 통합 대한항공의 새로운 ‘태극 문양’ 기업이미지(CI)가 공개되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연단에 올라섰다. 조 회장은 “통합 대한항공은 이제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항공사로서 더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하나로 보듬고 장점을 살려 문화를 융합해 세상에 볼 수 없었던 새롭고 멋진 항공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이 이날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라이징 나이트(Rising Night)’ 행사를 열고 41년 만에 바뀌는 회사의 새로운 CI를 발표했다. 새 CI는 한국의 미를 담아 대한민국 국적항공사라는 정체성을 표현했다. 1984년부터 사용되던 빨강과 파랑의 태극 문양은 짙은 남색으로 색상을 통일하고 서체는 붓으로 그린 듯한 마감을 연출했다. 조 회장은 “(새로운 CI가) 대한항공이 오랫동안 지켜온 안전과 고객 감동을 담을 수 있기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항공사로서 미래를 향한 기대와 역동성이 더해지기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하나로 되는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이날 새로운 CI를 입은 항공기 ‘리버리(Livery·외부 페인팅 디자인)’도 공개했다. 대한항공 고유의 하늘색을 유지하면서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하는 ‘메탈릭’ 페인팅을 적용했다. 항공기에 적힌 영문 ‘KOREAN’를 굵은 글씨체로 표현했다. 새 리버리가 적용된 항공기는 보잉 787-10 모델로 12일 처음으로 인천에서 도쿄 나리타로 향하는 KE703편에 투입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세계 최고의 항공사라는 비전에 맞춰 기내 서비스를 명품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계획도 밝혔다. 정통 프렌치 요리에 가깝던 일등석 기내식은 한국 식재료가 가미된 파인다이닝으로 업그레이드 되고 식기는 미쉐린 가이드 3스타 레스토랑에서 사용되는 베르나르도, 크리스토플 제품 식기를 제공한다.
이날 공개된 새로운 CI와 리버리는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이후 화학적 결합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은 2026년까지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운영하며 완전 통합한다. 올해 1월에 대한항공 출신의 송보영 부사장을 아시아나항공의 대표로 선임하는 등 인적교류를 시작했으며 올해 3월에는 새로운 기업 가치 체계인 ‘KE 웨이’를 공개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이날 부산시 등 지역사회가 요구하는 에어부산 분리매각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해본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에어부산은 부산 지역을 바탕으로 한 항공사여서 노력이 조금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도 “같은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통합할 것을 목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어부산과 진에어가 합병된 이후에도 현재 부산에어의 역할을 통합 진에어가 대신해 지역사회에 기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간 부산 지역사회는 인천 거점의 통합 LCC 탄생을 우려해왔다. 김해국제공항이 활성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해왔던 부산에어가 합병으로 인해 인천으로 이전하게 되면 지역 항공의 연결망이 부실해지고 지역경제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현재 에어부산은 김해국제공항의 연간 이용객 중 35% 안팎을 운송하며 여객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운항편수도 김해국제공항의 전체 주간 국제선 수인 1300편 중 40%가량으로 가장 많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간의 마일리지 비율은 조만간 공개될 예정이다. 조 회장은 마일리지 비율에 대해 “모든 고객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통합해 합리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저희 목표”라며 “아직 말씀 드릴 단계는 아니지만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했다. 대한항공은 상반기 중 컨설팅업체 등에 의뢰해 산정한 아시아나와의 마일리지 합병 비율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