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인구절벽 시대의 새로운 성장엔진

2025-11-03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나라다.

최근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대가 사상 처음으로 성인 연령대 중 인구가 가장 적은 세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가능인구의 급감은 노동력과 소비 기반이 동시에 줄어드는 구조적 위기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 변화는 동시에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고령층, 즉 시니어 세대가 인구절벽 위기 속에서 경제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시니어는 복지의 수혜자이자 보호의 대상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시간·자산·경험을 갖춘 능동적 소비자이자 혁신의 참여자로 변화하고 있다. 건강하고 젊게 사는 시니어를 뜻하는 '액티브 시니어'라는 개념이 일상화된 것처럼, 시니어 산업은 더 이상 복지정책의 연장선이 아니라 첨단 산업 생태계로 확장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은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돌봄 서비스는 고령층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며, '시니어케어 산업화'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2023년부터 AI·IoT 기반 어르신 건강관리 사업을 시행해 손목 활동량계, 혈압계, 혈당계 등 스마트기기를 통해 어르신이 스스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고립가구 돌봄, 스마트 안부 확인 서비스 등 기술 기반의 생활 돌봄 모델을 전국 지자체로 확산하고 있으며, 지역 커뮤니티 거점에 '스마트 노인정 프로젝트'를 도입해 돌봄과 여가, 소통을 결합한 디지털 생활 인프라로 발전시키고 있다.

민간 기업 역시 시니어 시장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세종 네트웍스의 AI 기반 통합 돌봄 서비스 '세종 올케어(클로바 케어콜 기반 AI 복지 플랫폼)'는 고립 가구·고령층을 대상으로 음성 안부 확인 서비스에 관제 및 출동 기능까지 제공한다. AI가 생활 패턴과 대화 데이터를 분석해 이상 징후를 감지하면 즉시 보호자나 지자체에 알리고, 필요시 현장 대응까지 연계하는 데이터 기반 예방 돌봄 서비스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이어진다.

영국의 '웨스트 미드랜드 5G(West Midlands 5G)' 프로젝트는 50종 이상의 디지털 장비를 활용해 350명 이상의 고령자에게 맞춤형 돌봄 테크 서비스를 제공하며, 복지 효율 향상과 병원 재입원율 감소에 기여하고 있다.

중국은 AI 스마트안경, 건강 모니터링 기기, 친(親)노인형 금융상품이 급격히 확산하고 있으며, 일본의 헬스테크 기업 아스켄(ASKEN)은 AI 식단 관리 앱을 통해 고령층의 건강 데이터를 관리해 이용자 수가 4년 만에 3.4배 이상 증가했다. 또 환자 이동, 요리, 세탁 등을 지원하는 AI 돌봄 로봇도 요양 현장에 본격 투입되고 있다.

이처럼 시니어 산업은 돌봄과 복지를 넘어, 의료·주거·에너지·데이터가 융합된 복합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세종은 이런 흐름 속에서 AI·스마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시니어케어·시니어타운 사업을 준비 중이며 기술이 사람의 삶을 개선하는 구조적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데이터 기반의 돌봄·운영 서비스 고도화와 고령 친화형 공간 설계·에너지 효율 인프라 등 생활환경 혁신을 함께 연구하며, 고령화 시대에 적합한 지속 가능한 주거 모델을 연구 중이다.

이와 함께 그룹 내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세종디엑스(SejongDX) 역시 시니어 산업과의 연계를 모색하고 있다. AI·블록체인·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주거·복지·금융이 하나로 연결되는 스마트 운영 모델을 구상하며, 향후 토큰증권(STO) 등 디지털 자산 인프라를 활용한 투명한 투자·운영 구조의 적용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기술이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 스며드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기업은 기술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정부는 데이터 인프라와 제도를 정비해 민간 혁신을 뒷받침해야 한다. 기술 기업이 사회 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설 때, 고령화는 더 이상 부담이 아니라 한국 산업의 새로운 성장력이 될 것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시대, 기술로 사람을 잇고 데이터를 사회적 자본으로 전환하는 기업이 미래를 선도할 것이다. 시니어 산업은 더 이상 부담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다음 성장엔진이다.

김형진 세종텔레콤 회장 sejongtelecom@sejongtelecom.net

〈필자〉세종그룹을 설립한 대한민국 기업인이다. 1990년 그룹 모태인 홍승기업을 설립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동아증권(현 NH증권)을 인수해 금융업에 진출한데 이어 2007년에는 EPN, 2011년 온세통신을 인수해 지금의 세종텔레콤으로 합병했다. 전기공사, 블록체인, 5G특화망 등 커넥티드 사업 전개를 통해 세상에 기여하는 혁신 기업으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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