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개된 ‘피고인 윤석열’, 오늘은 말없이 꾸벅꾸벅 졸기만 했다

2025-04-21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두번째 형사재판에 등장하자 고요하던 법정 안에서 카메라 셔터음이 터져나왔다. 이날 재판에선 ‘피고인 윤석열’의 모습이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처음 공개됐다. 윤 전 대통령은 앞선 탄핵심판과 지난 1차 공판 때와 달리 아무 발언도 하지 않았다. 수차례 조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재판 시작 3분 전인 오전 9시57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 안으로 들어섰다. 여느 때처럼 붉은색 넥타이에 짙은 남색 정장, 특유의 2대8 가르마 차림이었다. 곧바로 법정 출입문을 에워싸고 있던 기자단의 사진·영상 촬영이 시작됐다. 변호인단은 모두 일어나 그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도 경호차량을 타고 법원 지하주차장을 통해 들어왔다.

긴장감이 감도는 법정 안에서 윤 전 대통령은 홀로 무덤덤했다. 취재진을 최대한 의식하지 않으려는 듯 눈길을 주지 않은 채 피고인석에 앉았다. 플래시 세례가 이어지는 동안 굳은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봤다. 오전 10시 법정에 들어온 지귀연 부장판사가 “재판 진행을 위해 촬영을 종료해달라”고 말하자 윤 전 대통령은 빠져나가는 취재진 쪽을 바라보며 살짝 웃기도 했다.

재판이 시작되자 윤 전 대통령은 눈을 감았다. 증인신문이 진행되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변론과 지난 14일 열린 첫 형사재판에서 적극적으로 발언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첫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은 신문 도중 끼어들어 증언에 직접 반박하고, 재판부와 검사를 향해 큰소리를 내는 등 93분간 발언을 하기도 했다.

반면 이날은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 여러 번 포착됐다. 완전히 잠에 빠진 듯 얼굴이 책상 앞까지 떨어지자 고개를 들어 자세를 고쳐앉기도 했다. 눈가를 손으로 문지르거나, 윤갑근 변호사가 증인신문 과정에서 언성을 높이자 제지하는 등 모습을 보인 것 외에는 별다른 움직임도 없었다. 증인으로 출석한 조성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이 “우리 군은 어떤 명령이든 이해하는 무지성 집단이 아니다”라며 다소 언성을 높일 때도 눈을 뜨지 않았다. 지난 14일 재판에서 조 단장이 “‘국회의원을 끌고 나오라’는 지시를 받은 게 사실”이라고 증언하자 “이미 헌재에서 다 나온 내용”이라며 불평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날 법정 밖에선 윤 전 대통령 사건의 재판부와 법원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재판이 시작되기 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은 검찰총장 시절 수많은 피의자들을 포토라인에 세우고 망신주기를 하더니 본인이 피의자가 되니까 포토라인을 피해 법관들이 출입하는 주차장으로 몰래 들어갔다”며 “사법부는 평등의 원칙을 저버리고 피고인 한 명을 숨겨주기 위해 갖가지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재판부에 10만여명이 서명한 ‘피고인 윤석열을 재구속하라’는 내용의 탄원서도 제출했다.

추미애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내 ‘윤석열 내란진상조사단’도 이날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피해자인 국민이 아무것도 알 수 없는 비공개 재판이 과연 누구를 위한 재판인가”라며 “사법부는 재판의 형평성, 공정성, 중립성을 심각하게 위반한 지귀연 판사에 대해 법관징계법 제2조에 따라 징계위원회에 즉시 징계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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