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공학 전환’ 기습 발표, ‘제2의 계엄”···동덕여대 학생·동문 반발

2025-12-03

김명애 동덕여자대학교 총장이 3일 “2029년부터 학교를 남녀공학으로 전환하겠다”고 예고 없이 발표하자 동덕여대 학생들과 동문들이 “총장의 기습 결정은 ‘제2의 계엄’”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총학생회가 공학 전환과 관련한 학생 총투표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뤄진 결정인 데다, 공론화 절차의 공정성 논란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학생 총투표 진행 중 ‘기습 결정’··· “절차상 문제”

김 총장의 이날 발표는 학교 측이 한국생산성본부(KPC)에 맡겼던 ‘남녀공학 전환 타당성 연구용역 결과 발표회’를 앞두고 오전에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이후 학교 측은 이 연구결과 발표도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다. 공학전환에 대한 의견을 묻는 학생 총투표를 하고 있던 학생들은 이 소식을 듣자 “절차마저 무시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학생들은 ‘2029년부터 전환한다’는 일정도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공론화 결과를 존중해 수용하며 2029년 전환을 계획해 현 재학생의 학업 환경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학교 정문 앞에서 손팻말 항의 시위에 참여한 3학년 A씨는 “과거 공학 전환 얘기가 나왔을 때도 학교는 그저 ‘논의 중’이라고 했는데, 이렇게 빠르게 결정될 거라 상상하지 못했다”며 “현 재학생들 중 2029년에 모두 졸업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학생 23표=교직원 1표?”···공론화 절차 공정성 논란

학생들은 공학전환공론화위원회의 구성과 방식이 처음부터 공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공론화위 숙의조사·타운홀미팅·온라인설문 등 모든 조사에서 학생·교원·직원·동문의 응답 비율은 ‘1:1:1:1’로 동일하게 반영됐다. 재학생이 총 7000여명인 반면 직원·교원은 300명 남짓인데, 동일 비율을 적용하는 것은 “평등선거 원칙에 위배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A씨는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실시한 학생총회에 2000여명이 참여해 99%가 공학 전환 반대를 결의했지만 학교는 이를 ‘정상 절차가 아니다’라며 묵살했다”며 “공론화위의 모든 과정이 보여주기식이었다”고 비판했다.

동덕여대 민주동문회 측 역시 공론화위의 공론화 과정이 “정해놓은 결과를 합리화하기 위한 절차에 불과했다”고 평가했다. 졸업생 문모씨는 “학교·재단과 뜻을 같이하는 단위들이 다수인 구조에서 교수나 직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기 어려웠다”고도 했다. 특히 재단·학교 측에 가까운 총동문회는 타당성 연구조사 발표에 참여한 반면, 반대 입장의 민주동문회는 제외된 점을 문제 삼았다.

공론화위 권고안이 의견 수렴 과정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을 투명하게 공유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수, 직원 등이 개별적으로 참여한 타운홀미팅에서는 “래커 시위와 학교·총동문회의 비난에 학생들이 받은 상처”, “학생 트라우마가 치유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학 전환을 추진하는 것의 타당성”, “여대 정체성에 대한 공동체의 고민” 등 여러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2일 공개된 공론화위 권고안에는 정량적 지표만 제시돼 논의 맥락이 배제됐다는 것이다. 공론화위의 회의 결과가 ‘대외비’라는 명분으로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공학 전환’이 재정난 해결책? 재단이 책임부터 져야”

공학 전환을 찬성하는 측은 ‘재정난’을 주요 근거로 든다. 하지만 학생들과 동문들은 학교의 적립금이 약 2060억원으로 전국 사립대 중 20위권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2022년 수도권 사립대학 법정부담금 현황 자료를 보면, 학교법인 동덕여학단이 교직원연금 등 학교가 부담해야 할 법정부담금을 대부분 학생등록금 등 교비를 통해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동덕여학단의 법정부담금 부담률은 7.11%로 다른 학교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학생들은 “재단이 재정적 책임을 다하지 않은 탓에 교수 충원율은 최하위권이고, 학내 안전사고까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2023년 6월 동덕여대 캠퍼스 내 언덕길에서 등교 중이던 학생이 쓰레기 수거 트럭에 치여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사고가 난 언덕길은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불분명해 위험성이 꾸준히 지적되던 곳이었다. A씨는 “현실적 여건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는 것이 해결책일 수 없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번 결정을 “공정성과 정당성을 무시한 졸속 행정”이라고 주장한다. 졸업생 김강리씨는 “총장의 기습적인 승인 발표는 동덕에 ‘제2의 계엄’을 선포한 것과 다름없다”며 “학생 출입을 막고 있는 사설경비가 배치된 날이 하필 지난해 계엄 선포일과 겹친다는 점도 씁쓸하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지난달 26일부터 사설경비업체를 투입해 본관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김종금 민주동문회 회장은 “학생들이 사적 이익을 위해 시위한 것이 아닌데 총장이 재학생들이 법적 처벌을 받는 상황에 동조하고 있다”며 “동덕이 민주적이고 소통이 가능한 학교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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