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 명문 카사데몬트 사라고사가 지난해 박신자컵 챔피언을 제압하며 3연승의 휘파람을 불렀다.
사라고사는 3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열린 박신자컵 조별리그 A조 3차전에서 일본의 후지쯔 레드웨이브를 80-67로 눌렀다.
이로써 3전 전승을 질주한 사라고사는 A조 1위를 사수한 반면 후지쯔는 첫 패배(2승)로 공동 1위에서 2위로 밀려났다.
A조 1위를 확정한 사라고사는 각 조의 1~2위가 진출하는 4강 토너먼트에서 B조 2위와 만나게 된다. B조에선 청주 KB(2승1패)가 2위를 달리고 있다. 김완수 KB 감독은 “키가 큰 사라고사보다는 (상대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 후지쯔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지만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이날 경기는 미리보는 결승전으로 주목을 받았다. 사라고사는 지난 시즌 스페인 플레이오프에서 준우승한 명문이다. 190㎝가 넘는 장신의 센터만 4명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인 피지컬과 매끄러운 기술의 시너지가 이번 대회에서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용인 삼성생명과 조별리그 첫 경기에선 시차 적응 문제로 힘겹게 승리했지만, 아산 우리은행과 두 번째 경기에선 압도적인 실력차를 뽐냈다.
사라고사에 맞서는 후지쯔 역시 일본 WJBL 최강팀이다. 지난해 박신자컵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후지쯔는 올해 역시 마치다 루이와 조슈아 테미토프 등 기존의 핵심 전력을 중심으로 2연패에 도전하고 있다. 후지쯔는 피지컬에선 상대적으로 열세이지만, 거꾸로 스피드와 외곽슛에선 사라고사를 압도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라고사가 골밑의 우위를 살려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어갔다면, 후지쯔는 날카로운 외곽의 힘으로 맞섰다. 사라고사가 전반 한때 42-32로 앞서갔지만, 후반전이 시작할 때는 42-40으로 쫓길 정도로 박빙의 승부였다. 사라고사는 후지쯔의 거센 속공에 휘말리면서 3쿼터 7분15초경 48-50으로 역전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라고사의 진가는 승부처인 4쿼터에서 나왔다. 사라고사는 52-52 동점으로 시작한 4쿼터에서 짠물 수비로 후지쯔의 공격을 철저하게 틀어막았다. 그 사이 사라고사는 오르넬라 방콜레(16점)의 골밑 공략으로 차곡차곡 점수를 쌓은 뒤 엘레나 오마(10점)와 나디아 핑갈(13점)의 3점슛이 연달아 터지며 66-52로 달아났다. 후지쯔도 미야시타 키호(8점)가 5분 2초만에 속공으로 4쿼터 첫 점수를 올렸지만, 흐름은 이미 넘어간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