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선수들의 여름은 달콤한 휴식인 동시에 철저한 자기 관리가 요구되는 시간이다. 시즌이 끝난 뒤 잠시 휴식기에 들어가지만, 다음 시즌을 위한 프리시즌 훈련은 결코 만만치 않은 관문이다. 그리고 그 관문 앞에서 누군가는 땀을 흘리고, 누군가는 ‘꼼수’를 부리기도 한다고 BBC가 18일 전했다.

스코틀랜드 프로축구 리빙스턴 FC 데이비드 마틴데일 감독은 이날 BBC와의 인터뷰에서 “GPS 장비를 차 창문에 걸고 경기장 주변을 운전하면서 5㎞를 16분 만에 달렸다고 보고한 선수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구단이 선수들에게 제공하는 여름철 자체 훈련 프로그램은 GPS로 이동 거리와 시간 등을 추적하지만, 일부 선수는 이를 속이기 위한 기발한(?) 방법을 동원한 셈이다. 마틴데일 감독은 “결국 자기 자신만 속이는 것일 뿐이다. 복귀 첫날 체중과 체지방 검사를 하면 모든 것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실제로 어떤 선수는 멕시코에서 ‘올 인클루시브’ 휴가를 보낸 뒤 8㎏ 체중 증가, 체지방률 두 배 증가라는 결과를 받아들였고, 시즌 개막도 전에 임대 이적을 통보받았다고 전했다.
1970년대 모래언덕을 뛰며 몸을 만들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GPS 트래커, 체성분 분석, 개별 맞춤형 프로그램이 일상이 됐다. 마틴데일 감독은 “선수들에게는 2주 분량의 훈련 계획이 주어진다. 5㎞, 10㎞ 러닝, 가벼운 웨이트, 스트레칭까지 포함된다. 모두 같은 조건이 아니기에, 복귀 후 데이터를 기준으로 개인별 조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훈련의 강도는 여전히 만만치 않다. 머더웰 FC 미드필더 앤디 할리데이는 “첫날이 제일 무섭다”며 “우리는 행운아들이지만, 첫 프리시즌 날은 모두 두려워한다. 하지만 끝나고 나면 확실히 몸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훈련 장소 선택도 중요한 변수다. “헝가리에서 전지훈련을 했는데 낮 기온이 40도를 넘었다. 첫 이틀은 괜찮았지만 이후엔 훈련 강도가 급격히 떨어졌다”고 말한 마틴데일 감독은 올해 여름 훈련지를 네덜란드로 정했다.
K리그도 해외 전지훈련이 보편화됐듯, 스코틀랜드 구단들도 스페인 마르베야, 포르투갈 등 따뜻한 지역으로 이동한다. 킬마녹 FC 클럽 직원 카렌 카스텔로는 “여권, 항공권, 식단, 미팅룸, 물리치료 공간, 골프 일정까지 모든 걸 관리한다”며 훈련 뒤편의 준비 과정을 소개했다. 하지만 모든 전지훈련이 순조롭지만은 않다. 할리데이는 “하츠 시절 스페인 전지훈련에서 현지 팀과 친선경기를 했는데, 양 팀 선수 22명이 싸움을 벌였고, 30분 만에 경기가 취소됐다”는 일화를 털어놨다.
프리시즌은 결국 선수가 자신을 얼마나 관리했는지를 보여주는 무대다. GPS 데이터는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땀과 체력, 움직임은 숨길 수 없다. 가디언은 “첨단 장비와 함께 ‘성실함’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성실함은 곧 시즌 개막 후의 경기력으로 이어진다. 축구장에서 진짜 실력은 결국 땀으로 증명되는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