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명의] “위고비·마운자로 중단하면 요요…식이·운동 요법은 평생 숙제”

2025-10-10

쉽게, 많이 빼서 각광받고 있는 차세대 비만 치료제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와 ‘마운자로(티르제파타이드)’의 투여 경험담이 최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주 1회 자가주사로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높여 10kg 이상 체중을 뺐다는 후기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나도 한 번 맞아볼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서울경제TV ‘지금, 명의’ 에서는 '비만 명의'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를 찾아가 비만치료제 위고비·마운자로는 어떻게 다르고 누구에게 필요한 지, 부작용은 어떻게 다른 지에 대해 세세하게 물었다.

◇모두 장 호르몬 기반…마운자로는 이중작용

위고비·마운자로는 작용기전이 비슷하면서 조금은 다르다. 두 약 모두 장에서 음식 섭취 후 분비되는 호르몬 성분을 이용한다. 먼저 위고비는 장에서 분비되는 GLP-1 호르몬을 모방한 유사체다. 반면 마운자로는 GLP-1호르몬에 또다른 장 분비 호르몬인 GIP호르몬을 더한 이중작용 약물로, 공통적으로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증가시키며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해 체중과 대사 상태를 함께 호전시키는 특징이 있다. 박경희 교수는 “마운자로의 GIP는 GLP-1 제제에서 흔히 느끼는 메스꺼움 같은 위장관 부작용을 낮추는 경향이 보고되고, 지방세포 대사에 직접 관여하는 작용이 있어 대사 측면의 이점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체중 감량 효과의 차이도 있다. 임상시험에서 위고비는 평균 약 16%, 마운자로는 평균 약 22%의 체중 감량을 보였다. 박경희 교수는 “다만 이는 평균값일 뿐 개인차가 크다”고 했다.

GLP-1, GIP 뿐만 아니라 제약업계는 식욕을 억제하는 세 번째 호르몬까지 결합한 3중작용 신약 후보를 개발 중이며, 경구 제형을 개발해 편의성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위고비·마운자로 같은 장 호르몬을 이용한 비만 치료제는 시작에 불과하며, 다양한 선택지가 더해지면 비용도 낮아지고 치료 접근성도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박 교수는 전망했다.

◇흔한 부작용 '위장관 증상'… 드물게 담낭염·췌장염

두 약의 대표적인 이상반응은 소화불량, 메스꺼움, 구토, 설사 등 위장관 증상이다. 드물게 담낭염·췌장염이 보고되는데, 박 교수는 “약물 때문만이 아니라 단기간 급격한 체중감량 자체가 담석·담낭염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주 1회 제형인 만큼 과거 매일 주사했던 '삭센다'에 비해 주사 부위 피부 반응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위고비·마운자로는 아무나 맞을 수 있는 약은 아니다.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엄연한 적응증(약 사용을 공식 승인받은 증상이나 질환)이 있다. 박 교수는 “원칙적 적응증은 BMI 30 이상, 또는 BMI 27 이상이면서 고혈압·고지혈증·지방간·수면무호흡 등 동반질환이 있는 경우”라고 강조했다. 국내 비만 기준이 BMI 25 이상이어서 “통통한데 왜 맞지 못하냐”는 요구가 잦지만,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된 범위를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국·태국 BMI 25 이상 대상 연구에서 GLP-1 제제로 약 16%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돼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근거가 축적 중이며, 향후 적응증 변화의 여지는 열려 있다.

◇저용량에서 증량을…중단 땐 요요 와

처방 용량은 대개 최소 용량에서 시작해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식이 표준이다. 일부 환자는 위고비의 경우 2단계인 0.5mg로 시작해도 무증상일 수 있으나, 개별의 이상반응을 사전에 예측하기 어려워 표준 프로토콜을 따르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증량이나 중단의 결정은 반드시 전문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

위고비·마운자로는 임상적으로 1~2년 이상의 사용 데이터가 축적돼 비교적 안전하게 쓸 수 있다. 그러나 투여를 중단하면 요요가 온다. 박경희 교수는 "투여 중단 후 1년 정도 지나면 3분의 2가 체중이 늘고, 5년 정도 지나면 거의 대부분 사람의 체중이 증가하는 것을 관찰했다"며 "약만으로 체중을 감량하고 식이·운동 요법을 병행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근육량은 적고 체지방률이 높은 사람은 주사제에만 의존할 경우 체지방률이 더 상승할 위험이 있다. 이 경우 가벼운 근력운동으로 기초체력을 확보한 뒤 유산소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박경희 교수는 “체력이 바닥인 상태에서 고강도 운동이나 무리한 식이요법은 중도탈락을 부른다”며 “비만 개선을 위한 지속 가능한 강도로 운동과 식이요법을 평생 생활화하라”고 조언했다.

◇비만은 평생 숙제…지속 관리방안 찾아야

비만은 감기처럼 지나가는 병이 아니라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다. 매 끼 충분한 단백질 섭취, 주 3~5회 근력·유산소 운동 병행, 감량 후에는 유지 전략으로 식사·운동·수면·스트레스 관리를 일상화해야 한다.

최근 온라인에 떠도는 “GLP-1계 약물이 근손실을 유발한다”는 주장에 대해 박 교수는 원인과 결과를 구분했다. 약의 기전 때문이라기보다 섭취량 감소로 단백질·에너지 보충이 부족하고 운동이 동반되지 않을 때 근육이 빠지면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 그는 “저항성 운동과 단백질 섭취를 병행해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비만은 ‘평생 조절’하는 병이다. 빨리 없애려는 목표보다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생활 패턴을 찾는 게 핵심이다. 일례로 하루 3시간 운동과 닭가슴살만 고집하는 식의 비현실적 루틴은 오래 갈 수 없다. 박경희 교수는 “각자의 일상 속에서 지속 가능한 식사·운동·수면·스트레스 관리를 설계하고, 약물은 필요할 때 현명하게 활용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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