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려한 한글로 친근감 표현
미군 등 사칭해 금전 요구
가상화폐 투자 권유 유의
![](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502/10/b17168fb-aab8-49c2-9d43-c27731218dfb.jpg)
“저는 시리아에서 근무하는 미군 대위입니다. 미국에 도착할 때까지 제 돈 570만 달러를 보관해 주세요.”
LA한인타운 거주 직장인 김모(40대)씨는 최근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자신을 케이티 히긴스라고 소개한 보낸 이는 제목에 한글로 “안녕하세요”라고 적은 뒤, “제가 보낸 이전 이메일을 받으셨나요?”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김씨는 “한글 이메일을 받아서 무슨 내용인지 묻는 답신을 보냈다”며 “그랬더니 한글로 된 장문 답장을 받았다. 미군에서 근무한다는 히긴스 대위가 ‘진솔한 관계’를 맺자며 사진까지 보냈다”고 말했다.
김씨가 제보한 이메일에는 전형적인 ‘로맨스 스캠(Romance Scam)’ 내용이 담겼다. 로맨스 스캠은 매력적인 이성인 척 접근해 신용 사기를 벌이는 수법이다.
최근 사기범들은 김씨처럼 특정 인종 여부까지 파악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사용해 그 나라 문자로 피해자에게 연락하고 있다. 챗GPT로 수려한 문장으로 피해자의 경계심을 허물고, 그럴싸한 한글 이메일로 환심을 사 송금사기 등 금전 피해를 유발한다.
실제 김씨가 받은 한글 이메일에서 히긴스 대위는 “시리아 반군과 싸우다 돈가방 상자를 발견했다.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돈을 먼저 받아 달라. 그다음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지 이야기를 나누자” 등 유창한 표현을 썼다.
김씨는 “내용 자체는 이상했지만 한글 편지가 자연스러워서 놀랐다”고 말했다.
LA거주 한모씨는 낯선 여성이 보낸 문자로 한 달 동안 친분을 쌓다가 가상화폐 투자 권유에 넘어가 15만 달러를 사기당했다.
한씨는 “가상화폐 거래 플랫폼(Kraken)을 개설해 은행계좌를 연동한 뒤 이더리움을 샀다"며 “이후 상대방이 시킨 대로 이더리움을 새로운 거래 플랫폼으로 옮겼다. 하지만 그들이 알려준 플랫폼은 가짜였고 15만 달러 상당의 가상화폐를 찾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한씨가 당한 사기는 가상화폐 사기로 유도하는 로맨스 스캠, 일명 ‘피그 부처링(pig butchering)’이다.
연방수사국(FBI)과 비밀경호국(SS)은 로맨스 스캠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진다고 경고했다. 모르는 사람이 이메일, 문자 및 전화, 소셜미디어 메시지(DM) 등으로 관심을 보이고, 긴급송금 요청 또는 가상화폐 투자를 권유할 때는 ‘사기’부터 의심해 봐야 한다고 당국은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사기꾼들은 소셜미디어(SNS)에 접근해 돈을 뜯어내는 로맨스 스캠을 예방하려면 SNS에 개인정보와 사생활 노출을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형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