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고미술품 거래 분쟁에 따른 민사 소송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기 위해 백자달항아리가 파손됐다며 법원을 속이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옥션 대표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이정형 부장판사)는 사기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미술품 전문 경매사 대표 A(46) 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고 미술품을 담보로 수억 원을 빌린 후, 대여금 상환을 거부하면서 벌어진 민사 소송에서 담보로 넘겼던 백자항아리가 파손됐다며 허위 주장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가 고미술품을 담보로 돈을 빌린 것은 지난 2014년 5월이었다. 당시 다산 정약용 서첩 등 고미술품 7점을 담보로 제공하며 5억원을 B씨로부터 차용한 A씨는 이후 일부 고미술품을 회수하면서 백자달항아리를 교체 담보로 제공했다.
이후 B씨로부터 별개로 경매 위탁받은 고미술품 3점을 경매에서 4700만원에 낙찰받은 A씨는 백자 달항아리를 B씨에게 5억5000만원에 파는 대신 매매대금 전액을 일전에 빌린 5억원과 낙찰받은 고미술품을 상계처리하기로 했다.
이 계약 과정에서 특약사항으로 2달 내에 B씨가 요구 시 A씨가 백자 달항아리를 6억 원에 재구입하는 것으로 약정을 맺었으나, 이후 A씨는 B씨의 요구에도 약정을 어기고 백자달항아리를 다시 사가지 않았다. 결국 B씨는 A씨를 상대로 백자 달항아리 매매대금 6억 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A씨는 B씨에게 6억원을 지급하고 백자달항아리를 돌려받으라는 판결을 받았다. 불리한 판결에 항소심을 준비하던 A씨는 B씨가 백자 달항아리를 보관하는 기간 동안 보관상 잘못으로 파손해 수리를 했다는 취지로 재판부를 속여 승소할 계획을 꾸몄다.
백자달항아리에는 훼손된 부분이 존재해 B씨가 이를 담보로 넘기기 전부터 수리한 적이 있으며, A씨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재판을 위해 위조하고자 한 것이다.
계획대로 도자기 수리업자에게 백자 달항아리 몸통의 변색된 부분을 수리한 뒤 한국고미술품협회로부터 감정을 받은 A씨는 감정서 제출과 함께 "아무런 하자가 없던 달항아리가 돌려받은 뒤 수리한 흔적이 발견됐다는 감정 결과가 나와 B씨가 재매도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취지의 허위 주장을 펼치며 법원을 속이려 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역시 법원은 A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재판 과정에서 A씨가 법원에 허위 증거를 제출한 점이 명백히 드러나면서 사기 미수 혐의가 적용됐다.
재판부는 "A씨가 법원을 기망하여 승소판결을 받아 6억 원의 지급을 면하려고 하였으나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친 것으로, 범행수법 및 범행의 동기와 경위 등에 비추어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질타하며 "이 사건 범행과 같은 소송사기 범행은 국가의 민사 사법권 행사를 방해하고 상대방에게 경제적 손해를 입히려는 범죄로서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해당 소송 사기 범행이 미수에 그쳤으며, A씨가 공탁을 통해 채무관계를 정산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점 등 역시도 고려해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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