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기후위기에서 인간과 지구를 살리는 딥테크 스타트업과 벤처 캐피털

2024-10-07

한 달 이상 지속하는 열대야로 밤잠을 설친 2024년 여름, 기후위기가 지구적, 국가적 문제일 뿐 아니라, 개인의 삶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당면 과제임을 절감하게 한다. 기후위기의 역설은 더위를 피하기 위해 에어컨을 오래 틀고, 시원한 곳을 찾아 멀리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은 개인들의 행동이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이런 온실가스는 기후변화를 가속화한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로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기후테크 스타트업 가운데, 연구 기반의 심층 기술을 사업화하는 딥테크 스타트업(deep-tech startup)이 기후위기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 스타트업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발견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음으로써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는데, 기후위기야말로 인류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사업 자금을 투자하는 벤처 캐피털이 필요한데, 아직 국내에는 소풍벤처스, 인비저닝파트너스 등의 일부 투자사를 제외하면 기후테크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투자사는 극소수이다.

KAIST는 아산나눔재단과 협력하여 올해 3월부터 KAIST 아산 유니버시티(KAIST-Asan UniverCT)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의 중요한 목적은 KAIST에서 보유하고 있는 연구실 기반 기후기술의 사업화를 도모하고, KAIST에서 기후테크 창업팀을 발굴하여 이 창업팀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다. KAIST 아산 유니버시티 담당 교수인 필자는 KAIST 책임교수인 조항정 교수님과 다른 대학교의 교수님들, 아산나눔재단 관계자들과 함께 지난 8월 5일부터 10일까지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의 기후테크 관련 투자사, 지원조직, 스타트업 기업 등을 방문하는 필드트립에 참여하였다.

아직은 국내에서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는 기후테크 투자에 참고가 될 수 있도록 필드트립 방문기관 중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는 SOSV를 소개하고자 한다. 1995년 창업한 SOSV (www.sosv.com)는 지금까지 3억 600만 달러(한화 4000억원)를 딥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했으며, 주요 투자 분야는 기후테크(65%)와 헬스(20%) 분야이다. 이 회사의 홈페이지에 있는 “인간과 지구의 건강을 위한 딥테크” (“Deep Tech for Human and Planetary Health”) 문구는 SOSV의 투자 분야를 잘 나타내고 있다. 딥테크 분야에 집중하는 투자 전략에 따라 SOSV에서 투자받은 스타트업 창업자 중 44%는 박사학위 소지자이다.

SOSV는 프리시드(pre-seed)에서 시리즈 A 단계까지 스타트업의 초기 투자에 집중하고 있으며, 시리즈 A 투자 이후에는 다양한 후속 투자사와 연계하여 투자한다.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하는 투자 전략에 따라 SOSV는 미국 주요 지역에 연구 및 사무 공간(Lab & Office Locations)을 운영하는데, 우리가 방문한 샌프란시스코 소재 SOSV는 마치 “아파트형 공장”과 같은 분위기에서 스타트업들이 연구개발을 하거나 시제품을 제작하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SOSV의 투자 수익률이다. 현장 발표 자료에 따르면 SOSV의 2022년 4분기 펀드 III 및 IV의 기후 분야 총 내부수익률(Gross IRR)은 49.5%라고 하는데, 이는 다른 분야 투자 성과에 뒤지지 않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또한 SOSV가 기후테크 분야에서 투자한 사업 아이템의 다양성도 눈에 띄었는데, 우리 팀 방문 시 사업을 소개한 Lingrove사의 경우 인테리어 내장재를 원목이 아닌 아마 섬유(flax fiber)로 제작하는 스타트업이다.

SOSV의 사례를 참고하여 국내의 벤처 캐피털 업계와 스타트업 창업자들도 좀 더 적극적으로 기후테크 분야 투자와 창업에 도전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서 국내 벤처 캐피털 업계도 기후테크 분야가 사회적 임팩트와 투자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투자사의 기후테크 분야 전문성을 제고함으로써 초기 단계부터 유망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 창업가들도 기후테크 분야에 좀 더 관심을 갖고,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과 기후테크의 연관성을 모색함으로써 사업모델을 고도화하는 접근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방문 전 필자는 기후위기가 아무리 중요한 문제라도 이 문제를 기존의 스타트업과 벤처 캐피털에서 얼마나 해결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스타트업 생태계의 노력만으로 인류가 당면한 기후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기후테크 스타트업과 이런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벤처 캐피털이 기후위기 해소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는다.

심재후 KAIST 기술경영학부(K-School) 초빙교수

※본 기고문은 아산나눔재단이 운영하는 기후테크 창업가 육성 사업인 '아산 유니버시티(Asan UniverCT, Climate Tech)'를 소개하고, 해당 사업과 협약을 맺은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카이스트 등 4개 대학이 8월 다녀온 글로벌 탐방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공유하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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