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래세 ‘제로’

2025-03-16

“거의 ‘제로(0)’입니다. 심지어 인지대도 없습니다.” 베이징에서 만난 S사장은 중국 부동산 시장 현황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주택 거래 때 내야 하는 세금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거래량이 늘면서 시장은 꿈틀거린단다.

파격적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 부동산 거래 세금을 없애거나, 크게 낮췄다. 1가구 1주택자가 5년 이상 살던 집을 팔면, 양도소득세를 면제했다(기존 20%). 매입자에게 부과되는 계약세(취득세)는 3%에서 1%로 내렸다. 부동산 시장을 살리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다.

위기감의 발로다. 과잉 생산 탓에 중국 공장 마당에는 재고가 쌓이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으로 수출은 더 위축되고 있다. 세계 제조업 생산의 30%를 담당하지만, 소비 비율은 18%에 그치는 게 중국의 현실이다. 성장의 돌파구를 내수 확대, 특히 부동산 시장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거래세 제로’를 시행하는 이유다.

지난주 끝난 전인대에서도 분명하게 언급됐다. 이전까지만 해도 정부 중점 업무의 2~3번째였던 ‘내수 확대’는 올해 1위로 올랐다.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걸 새것으로 바꾼다) 지원 명목으로만 3000억 위안(약 60조 원)이 배정됐다. 그러니 요즘 중국 TV 광고에는 ‘이번 기회에 부모님 냉장고 바꿔드리세요’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가솔린 자동차를 전기차로 바꿀 때도 2만 위안(약 400만원)을 지원해준다. 미국의 관세 공세가 심해질수록 중국 전기차 가격은 더 내려가는 모양새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달 주요 민영기업 대표를 베이징으로 불러 모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들에게 씌웠던 족쇄를 풀어주지 않고는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그들에게 ‘먼저 부자가 돼 공동부유를 촉진해 달라(先富促共富)’고 주문했다. 그동안 추진해온 ‘공동부유’에서 일부 후퇴한 것으로 읽힌다. 민영기업을 다시 전면에 내세워 그들의 투자를 이끌고, 고용을 늘리겠다는 계산이다.

중국 경제에 ‘팡(放)-셔우(收)’ 모델이라는 게 있다. 경제가 위축되면 정부는 과감히 나서 민간 부분에 대한 개입을 풀고(放), 경제가 과열 양상을 보이면 다시 죄는(收) 사이클을 반복한다는 뜻이다. 민영기업의 족쇄를 풀고, 세금을 깎아주는 건 중국 경제가 다시 ‘팡의 시간’으로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S 사장은 “친구들 사이에 집 값 얘기가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그도 여차하면 뛰어들 태세다. 중국 시장에 변화의 흐름이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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