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부부가 키운 삽살개 복순이는 마을에서 ‘충견’으로 불렸다. 남편 견주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자 크게 짖어 목숨을 구했기 때문이다. 복순이는 어느 날 주민에게 학대당해 코와 젖꼭지가 잘렸다. 부인 견주는 치료비가 비싸다며 복순이를 보신탕 식당에 넘겼다. 식당 주인은 복순이를 노끈으로 묶어 나무에 매달아 죽였다. 복순이 사건을 다룬 언론 기사에 ‘개만도 못한 사람들’이란 댓글들이 달렸다.
이종묵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때로는 개가 사람보다 낫다>에는 조선시대 사람들이 개에 대해 쓴 글 31편이 담겼다. 개의 행동을 교훈 삼아 인간의 잘못을 꾸짖었다. 주인을 불길서 구하려다 죽은 의구(義狗), 주인이 죽자 묘 곁에서 따라 죽은 열구(烈狗), 주인이 병을 앓자 꿩을 잡아온 효구(孝狗)의 이야기가 실렸다.
조선시대에 집에서 기르는 소, 말, 돼지, 양, 닭, 개 여섯 짐승을 ‘육축(六畜)’이라고 했는데, 개를 가장 천하게 여겼다. 사람을 개에 비유하는 것은 가장 큰 모욕이었다. 옛사람들이 개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한 이유는 옛날에도 ‘개만도 못한 사람’은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개가 짖는 소리에 대한 성찰도 있다. 조선시대에는 도둑이 침입하면 짖으라고 개를 키웠다. 현대 한국 사회에선 아파트에서 개를 키우는 가정이 많다. 일부 견주는 개가 못 짖도록 성대를 제거하기도 한다. 조선시대 문인 박종경은 ‘개를 용서하다’라는 글에서 “개가 짖는 것은 개의 본성”이라며 “제 본성을 따르는데 내가 죽인다면 동물의 본성을 완수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이종묵 교수는 머리말에 “지금의 사람이 개를 사랑만 할 것이 아니라 사람답지 못한 처신이 없는지 자신을 돌아보았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