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1060일
걔네들이 우리와 똑같잖아. 칼 휘두른다는 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군인이 왜 좋으냐”는 지인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걔네’는 군인을, ‘우리’는 검사를 뜻한다. 검사의 검(檢)은 칼(劍)이 아니라 ‘검사하다’를 의미한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에겐 칼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또 위계질서와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조직 문화 때문에 동질감을 느꼈다.
정작 그는 군대에 안 갔다. 1982년 8월 신검(신체검사·지금의 병역판정검사)에서 양쪽 시력 차이 0.6(좌안 0.7-우안 0.1) 부동시로 제2국민역(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았다. 부동시(不同視)는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의 굴절 이상이 달라 시력이 같지 않은 증상이다. 흔히 ‘짝눈’이라고 하며, 요즘엔 부등시(不等視)라고 쓴다.
그러나 그는 군과 군인을 좋아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묵묵히 임무를 다하는 장병을 보면 늘 “짠하다”고 했다. 군사(軍事)와 전사(戰史)에 대한 상식을 갖춘 ‘밀덕(밀리터리 매니어)’이기도 했다.
2023년 12월 12~13일 국빈으로 방문한 네덜란드를 오가는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최전선에서’ 6편을 모두 시청할 정도였다. 미국 시간으로 12월 7일 공개된 다큐멘터리는 제2차 세계대전을 다뤘다. 그는 기내에서 국내의 군 출신 여권 인사에게 전화를 걸며 “꼭 봐라. 지금까지 봤던 다큐(다큐멘터리)보다 더 생생하다”고 추천했다.

윤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었던 2022년 4월 7일 경기도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했다. 당시 미군 연합사령관과 한국군 연합사부사령이 현관에서 그를 맞았다. 미군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했고, 옆에 선 한국군 부사령관은 그에게 경례했다.
나중에 서울로 돌아오는 차에서 윤 전 대통령이 물었다. “미군은 왜 경례 안 하지? 내가 한국인이라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