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CPU·GPU·오픈소스 통합으로 엔비디아에 '맞불'

2025-06-12

AMD가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 ‘MI350X’ 시리즈와 함께 ‘AI 통합 플랫폼화’ 전략을 발표했다. 엔비디아가 지니지 못한 CPU(중앙처리장치)와 FPGA(프로그래밍 가능 반도체) 설계 역량을 바탕으로 ‘완성 AI 서버’ 단위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AMD는 오픈소스 생태계와 연계를 바탕으로 내년 MI400X 칩셋 출시 시점에 맞춰 엔비디아와 본격적인 승부에 나서겠다는 야심도 내비쳤다.

AMD는 12일(현지 시간) 미 산호세 컨벤션센터에서 ‘AI 어드밴싱 2025’ 행사를 열고 신형 AI 가속기 MI350X·MI355X와 첫 서버랙 플랫폼 ‘헬리오스’, 소프트웨어 개발 생태계 ROCm7 등을 공개했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AI 에이전트 시대에는 고성능 GPU와 CPU가 동시에 필요하고 하나의 설계가 ‘정답’일 수 없다”며 “다양한 연산 자원, 개방형 개발 생태계, 모든 하드웨어를 아우르는 ‘풀스택’ 솔루션이 AMD가 집중하는 세가지 핵심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뼈가 담긴 말이다. AMD는 우선 올해 말 출시가 예상됐던 MI350X 시리즈를 3분기 조기 출시하며 엔비디아에 칼을 겨눴다. MI350X 시리즈는 3㎚ 공정에서 제작돼 1850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집약됐다. 삼성전자(005930)와 마이크론의 288GB(기가바이트) 고용량 HBM3E 12단을 채용해 AI 추론에 최적화했다. 전 세대보다 AI 연산력은 4배, 추론 성능은 35배 개선됐고 달러 당 토큰(AI 연산단위) 생성량은 엔비디아 블랙웰 B200보다 40% 높다고 한다. 수 CEO는 “딥시크 R1, 메타 라마3.1 405B 등 AI 모델 추론에서 엔비디아 블랙웰보다 최대 1.3배 뛰어나다”고 했다.

내년 출시할 차세대 AI 가속기 MI400X의 성능지표도 공개했다. 432GB HBM4를 탑재해 최대 40PF(페타플롭스)에 달하는 연산력을 구현할 계획이다. 엔비디아 대비 취약하다고 평가돼 왔던 서버 단위 플랫폼화에도 나선다. 지난해 인수한 ZT시스템의 서버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서버랙’ 단위 판매에 나선다. 올해 MI350X 시리즈부터 플랫폼화에 착수해, 내년 MI400X 출시와 함께 ‘헬리오스’ 서버랙을 본격적으로 선보인다. MI400X 헬리오스는 MI355X 플랫폼 대비 10배에 달하는 성능을 자랑한다. 수 CEO는 “MI400는 처음부터 서버랙 수준 솔루션으로 설계한 칩셋”이라고 했다.

엔비디아가 선보인 ‘NVL72’ 플랫폼에 대응하는 조치다. 엔비디아는 칩셋간을 연결하는 초고속 네트워크 기술 ‘NV링크’를 활용한 묶음 판매 전략으로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하는 중이다. 많게는 수십만장에 달하는 칩셋이 연결되며 발생하는 병목현상을 최소화하는 네트워크 분야는 최근 칩셋 설계, 공정 개선이 지지부진 한 와중 ‘최종 성능’을 높일 수 있는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AMD는 오픈소스 표준인 UA링크를 통해 NV링크에 대적할 계획이다. UA링크는 구글, 인텔, 메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이 공동 개발 중인 규격이다. 여기에 어느덧 서버 시장 점유율 40%를 차지한 AMD ‘에픽’ CPU와 2022년 인수한 ‘펜산도’ DPU(데이터처리장치)가 결합된다. GPU만 만드는 엔비디아와 달리 넓은 설계역량을 지녔다는 장점을 앞세운 전략이다. 결과적으로 MI400X 칩셋 72개가 적층된 헬리오스 서버랙은 엔비디아 차세대 칩셋 ‘베라 루빈’ 서버랙과 동일한 연산력에 50% 많은 HBM이 탑재된다. 완성 서버 시장에서 엔비디아와 본격적인 경쟁을 펼칠 수 있게 되는 구도다.

취약점으로 꼽혀왔던 개발 생태계 강화에도 나섰다. 이날 AMD는 엔비디아 CUDA에 대응하는 오픈소스 개발 생태계 ROCm 7을 선보였다. 최적화를 통해 전 세대보다 AI 학습과 추론 성능을 각각 3배, 3.5배 높였다. 노트북으로도 클라우드를 통해 손쉽게 고성능 AI 개발이 가능한 ‘AMD 개발자 클라우드’도 즉각 출시했다.

AMD는 MI350X 시리즈로 구축한 인프라·개발 생태계를 발판 삼아 내년 엔비디아에 본격적인 승부수를 띄울 계획이다. 수 CEO는 “AI 시장에서 만능 해결책은 없고 각 사용사례에 맞는 올바른 컴퓨팅이 필요할 뿐”이라며 “2026년 출시할 헬리오스로 대규모 AI에 대한 새 기준을 설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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