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백서에 “진화헬기·인력 부족”
이번 영남 산불서도 문제점 그대로
전문가들 “대응체계 대대적 수술을”
해마다 봄철 대형 산불이 되풀이되고 기후변화 등으로 위력은 더 세지는데도 산불 예방·대응시스템은 수십년 전과 바뀐 게 거의 없다. 정부는 대형 산불 대응 과정의 문제를 진단하고 개선하기 위해 2년 전 산불백서까지 만들었지만 실제적 개선 노력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번 산불을 계기로 산불 대응 체계를 완전히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30일 산림청의 ‘2023년 봄철 전국동시다발 산불백서’에 따르면 산림당국은 2년 전 이미 산불진화헬기와 진화인력 부족을 대형산불 조기 진압의 최대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백서는 2023년 산불을 겪은 후 산림청이 지난해 4월 발간했다.

백서는 “점차 대형화되고 동시다발화되는 산불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담수량 5000ℓ 이상 대형급 위주의 산불진화헬기를 확충해야 한다”며 “2023년 기준 동시다발 산불 하루 34건 대비 건당 최소 2대 이상, 12개 산림항공권역당 대형헬기 2대 이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야간산불에 대응 가능하도록 최신 항법장치, 자동조종장치 등이 탑재된 헬기 도입도 시급한 과제로 지목됐다.
산림청은 2023년 4월 기준 모두 48대의 헬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담수량 8000ℓ의 초대형헬기(S64) 7대와 담수량 3000ℓ의 대형헬기(KA-32) 29대, 2000ℓ의 중형헬기(KUH-1) 1대 등을 보유했는데, 2년이 지난 현재 2000ℓ의 중형헬기 2대 추가에 그쳤다.
인력 부족 문제도 그대로였다. 백서는 특수진화대(435명), 공중진화대(104명) 등 특수인력을 2027년까지 2500명으로 확대, 지자체에 배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2년간 특수인력은 단 한 명도 늘지 않았다. 인력 공백은 일자리사업으로 6개월 단위로 고용되는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들이 메웠다. 고령의 진화대원들은 화마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산불진화 인력·장비 등이 빠르게 산불현장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임도(林道) 확충이 필수적이지만 2년 새 임도를 늘린 지자체는 별로 없다. 우리나라 임도밀도는 2023년 기준 ㏊당 4.1m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산불에 취약한 산림구조 개선도 제자리걸음이다. 백서는 “불막이숲(내화수림대)과 혼합림 확대 등 산불에 강한 숲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으나 수종 전환 작업은 더딘 상황이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산림은 침엽수 39%, 활엽수 33%, 혼효림 28%이다. 침엽수 중 소나무류는 목재, 형성층, 잎, 가지 등에 송진이나 테르펜과 같은 휘발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활엽수에 비해 발열량이 많아 산불에 약하다.
산불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광역자치단체장들은 정부에 산불 대응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긴급상황 시 민간헬기가 사전허가 없이 즉각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과 함께 지리산과 맞닿은 남부권에 산불방지센터 건립을 건의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이재민 임시주거환경 대폭 개선 등을 주문했다. 이 지사는 “이제는 이재민대피소를 체육관 한 곳에 몰아넣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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