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허위 정보도 쏟아지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입국 비자를 연계하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이들 사이에선 탄핵촉구 집회를 지지한 연예인·정치인 등을 CIA에 신고하는 게 유행이다. 이들 유명인을 종북 또는 친중·반미세력으로 몰아 미국 입국에 필요한 전자여행허가(ESTA) 승인을 막겠다는 취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집회 참가자를 위해 음식값 등을 선결제한 가수 아이유, “대구시장 졸업 빨라질 수 있다”며 탄핵 인용에 따른 조기 대선 가능성을 언급한 홍준표 대구시장을 신고했다는 인증 글이 올라와 있다.
8년 전 朴 탄핵 때도 CIA신고 유행
전문가들은 “확인되지 않은 정보”라고 일축한다. 입국심사는 CIA가 아닌 미 국무부 소관이다. 또 미국 비자 발급이나 ESTA 승인 여부는 정치성향과 무관하다. 8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도 CIA신고가 유행처럼 번졌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테러리스트 단체와의 연관 등 미국 국익에 심각한 위해를 줄 수 있다는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근거가 있어야 입국이 불허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24일 국회에서 관련 질의가 나오자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며 “그게 가능하겠느냐”라고 답변했다.
계엄 당일 온라인에 퍼진 ‘장갑차(K808) 서울진입’ 사진도 허위로 판명 났다. 사진 속 유리창에 미니스톱 편의점 간판이 비쳤는데 미니스톱은 지난 3월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K808 장갑차는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부대에 배치돼 있다. 과거 수방사 야간 기동훈련 때 촬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SNS와 일부 언론에서 “장갑차 막아선 시민”이라고 소개한 영상에 등장한 차량은 비무장 상태의 소형전술차량(K153)이었다.
"전혀 사실 아냐" 반박 나선 미 대사관
기밀인 외교 사안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국립외교원장 출신인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11일 국회에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 비상계엄 직후 한국 외교 핵심당국자들의 전화를 받지 않은 것을 두고 “본국에 ‘윤석열 정부 사람들하고는 상종 못 하겠다’고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미 대사관은 이례적으로 당일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utterly false)”라고 반박했다. 이후 김석기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김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했으나 김 의원은 “우방국에서 제보한 것”이라며 거부했다.
김민욱([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