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부터 귀촌하고 싶지만 자신의 땅에 집을 짓기 위한 허가를 받을 수 없어 고민하는 지인이 있다. 그에게 며칠 전 전화가 왔다. 요지는 12월부터 체류형 쉼터를 지을 수 있다는데, 자기 땅에 이동식 주택을 가져다 놓고 주말 쉼터로 쓰겠다는 취지였다.
필자는 그 땅을 알고 있었기에 “도로가 이동식 주택을 설치할 정도가 된다고 생각하냐?”고 물었다. 묵묵부답이다. “물은 어떻게 조달할 것이며 전기는 어떻게 끌어올 것인지 생각해봤냐?”고 다시 질문했다. 지인의 대답은 “이동식 주택을 가져다 놓으면 다 해결되는 것 아니냐”는 거였다.
귀농·귀촌을 준비하거나 시골에 농지를 관리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12월1일부터 시행 예정인 농촌체류형 쉼터에 관심이 많다. 이들 중에는 이동식 주택 하나를 가져다 놓으면 체류형 쉼터로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껍데기다. 중요한 것은 생활에 필요한 알맹이다. 쉼터는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는 공간이다.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요소가 필요하다. 안전해야 하고 생활에 불편이 없어야 한다.
우선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도로다. 주택을 지을 때는 ‘건축법’을 따라야 한다. 이때는 도로 조건이 까다롭다. 공부상 도로와 현황 도로 등을 따져야 하고 도로폭 규정도 있어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체류형 쉼터는 그 정도는 아니라도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소방차나 구호차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도로는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물도 필요하다. 물을 어떻게 조달할 것이며, 생활용수는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물론 방법은 많다. 상수도를 신청해 사용할 수 있고, 지하수를 관정해 쓸 수도 있다. 계곡물이나 강물을 활용할 수 있다. 어떤 방법으로든 내가 사용하는 공간에서 내가 필요할 때 쉽게 사용할 물이 있어야 한다.
또 필요한 것이 전기다. 스위치를 올리면 전등불이 켜져야 한다. 밥솥에 불이 들어와야 하고, 노트북이나 농작업에 필요한 공구들의 배터리도 쉽게 충전할 수 있어야 한다.
통신도 필수다. 요즘은 스마트폰을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그 통로가 인터넷이다. 인터넷과 연결돼 있어야 TV도 보고 다른 전기기기를 활용할 수 있다.
정화조도 중요하다. 생활 오폐수를 어떻게 바깥으로 보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기존 오폐수 관로가 있다면 연결하면 된다. 아니면 개별 정화조를 묻어야 한다. 그렇게 거른 물을 어디로 보낼지 고민해야 한다. 아무 곳에나 버리면 안된다.
시골에 땅이 있고, 그 땅을 체류형 쉼터로 활용할 생각이라면 도로·전기·수도·정화조는 미리 고려해 챙겨야 한다.
김경래 OK시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