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꽃 가게를 연 안 씨(만 32세)는 결제 단말기 도입을 고민하던 중 눈에 띄는 광고를 봤다. 토스의 결제 단말기 ‘토스프론트’를 공짜로 도입할 수 있다는 것. 자세한 내용을 보니 결제 단말기 비용 뿐만 아니라 설치 비용도 무료였다. 사용 조건도 나쁘지 않았다. 업체마다 약정기간이 있더라도 계속해서 무료로 쓸 수 있거나 약정기간이 아예 없는 곳도 있었다. 다만, 다른 결제 단말기로 바꾸는 ‘단순변심’의 경우 기기 값을 물어야 한다. 안 씨는 상담을 통해 토스프론트를 도입하기로 결심했다.
토스(비바리퍼블리카)의 자회사 토스플레이스가 결제 단말기 확산에 나서고 있다. 토스는 지난 10주년 기자 간담회를 통해 향후 먹거리 사업 아이템으로 ‘얼굴 결제(페이스페이)’를 꼽은 만큼, 결제 단말기를 최대한 많은 가맹점에 뿌리기 위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20일 <바이라인네트워크> 취재 결과, 토스플레이스는 가맹점 확보를 위해 밴(VAN)사 혹은 밴 대리점에게 단말기 비용을 대신 내주는 ‘프로모션’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프로모션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자세한 내용을 알기 위해선 밴사, 밴 대리점의 결제 단말기 유통 구조를 알아야 한다. 통상 밴사, 밴 대리점은 토스플레이스와 같은 회사로부터 결제 단말기를 사서 이를 가맹점에게 판다. 해당 가맹점으로부터 결제 단말기 비용과 설치 비용 등을 받고, 해당 가맹점에서 결제가 일어나면 건당 수수료를 받는다. 이것이 밴, 밴 대리점의 이론적인 결제 단말기 유통, 수익화 방식이다.
그러나 토스플레이스는 빠른 시장 침투를 위해 조금 다른 접근 방식을 취했다. 밴사, 밴 대리점에게 결제 단말기의 일정 비용을 돌려주는 프로모션을 택했다. 다만, ‘결제 단말기 도입 가맹점의 결제 건수가 월 30건 이상 날 경우’와 같은 조건이 붙었다. 이 경우 토스플레이스는 어느 정도 장사가 되는, 탄탄한 가맹점을 중점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한 밴 대리점 관계자는 “토스에서 정가로 단말기를 산 뒤, 도입 가맹점에서 월 일정 결제 건수가 나오면 토스로부터 단말 비용 일부를 지원받는다”며 “토스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토스도 결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투자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토스플레이스는 “토스플레이스의 결제 인프라를 다양한 가맹점이 경험할 수 있도록 그간 단말기, 포스 소프트웨어(SW) 확대를 위해 다양한 유형의 프로모션을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토스의 결제 단말기만 ‘무료’ 혹은 ‘10원’등의 저가로 공급되고 있는 것 또한 이 프로모션 때문이다. 밴사 혹은 밴 대리점 입장에서 다른 결제 단말기보다 토스플레이스 단말기가 많이 공급되는 것이 유리하다. 따라서 밴사, 밴 대리점은 비용을 써서 최대한 많은 가맹점을 확보고, 토스로부터 비용 지원을 받는다.
토스플레이스가 밴사, 밴 대리점 프로모션을 본격적으로 시행한 것은 이유는 얼굴결제(토스 페이스페이) 확장을 위한 포석 마련에 있다. 토스는 지난달 진행한 10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향후 10년 먹거리 중 하나로 얼굴결제를 꼽았다. 토스 앱에서 얼굴 등록을 하면 편의점 등에서 얼굴 인증만으로 결제가 이뤄지는 서비스다. 토스는 얼굴결제를 킬러 서비스로 내세워 삼성월렛이 점유하고 있는 오프라인 결제 시장에 진출,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토스플레이스의 이러한 전략은 초기 비용 투자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하드웨어 제조 산업 특성상 직접 단말기를 팔아 수익을 남겨야 하는데, 토스플레이스는 밴, 밴 대리점에 단말기 비용 일부를 사실상 돌려줌으로써 상당한 비용 투자를 하고 있다. 당분간 프로모션 비용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경쟁사에서도 오프라인 결제 확대를 위해 마케팅, 프로모션에 힘쓰고 있는 만큼 토스플레이스 또한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비용 투입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해서다.
이와 관련해 토스플레이스는 “현재 단말기 설치 매장 확대에 따른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