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BC 기상캐스터 故 오요안나 사건으로 우리 사회가 다시 직장 내 괴롭힘의 심각성을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현 직장 내 괴롭힘은 피해자의 보호와 가해자의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셀프 조사’란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5일 국회에 따르면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3일 직장 내 괴롭힘 조사 방식을 바꾸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의원은 의원이 되기 전 시민단체인 직장갑질119에서 활동하면서 다양한 직장 내 괴롭힘 사례를 다뤄왔다.
이 의원안의 골자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한 조사 의무를 사용자에서 고용노동부로 옮기는 것이다. 현행법에서 사용자에 조사 의무권을 둔 이유는 사업장이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스스로 조직 문화를 개선하는 게 효과적이란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법상 우선 조사 의무를 사용자에 두다 보니 객관적인 진상 파악이 되지 않고 되레 피해자가 조사 과정에서 2차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현행법도 고용부가 추가 조사를 할 수 있지만, 사측의 일차 조사 결과를 두고 다투는 상황도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 조사방식 개선이 필요한 이유로 피해자가 가해자 또는 사측의 보복이 두려워 피해를 감내하거나 피해가 은폐되는 경향이 짙다는 점이 꼽힌다. 작년 6월 직장갑질 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고작 10.3%에 그쳤다. 답변자들은 피해를 참거나 회사를 그만둔다고 답했다.
국회는 이 의원안처럼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피해 구제가 강화되는 입법에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윤건영·이학영 민주당 의원은 작년 직장 내 괴롭힘 조사 위원에 제3자를 포함하는 내용의 법안을 냈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은 직장 내 괴롭힘 피해 구제를 노동위원회가 할 수 있는 근거 법안을 발의했다.
단 이들 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으려면 감독 행정력 보완이 전제란 평가가 나온다. 현 근로감독행정력은 급증하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김위상 의원실에 따르면 작년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는 1만2253건으로 2019년(2130건) 대비 약 6배 늘었다. 하지만 근로감독관 1명은 평균적으로 1000건 넘는 사업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