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지난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3년차인 지난해까지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발생한 인적 피해가 매년 증가추세로 나타나면서 해당 법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계는 처벌을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노동자 사망 등 피해가 줄어들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영계에선 예방보다는 처벌에 초점이 맞춰진 중대재해법의 적용과 해석에 허점이 많다는 주장을 이어가 양측의 입장차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사고 예방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그 방향성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4일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CSI)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건설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인적 피해는 매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 2022년 인적 피해건수는 떨어짐·넘어짐·물체체 맞음 등 총 4만5천654건이었으나, 2023년 이 수치는 4만9천974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엔 6만3천149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아울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공능력 상위 20위 건설사의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지난해 3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이는 전년(25명)에 비해 25% 증가한 수치다.
또한 지난해 사상자는 전년(2천259명)보다는 17.3% 줄었지만 2년 전인 2022년(1천666명)과 비교하면 12.1% 늘었다.
이어 지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상위 20위 건설사들의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총 96명, 부상자는 5천697명으로 집계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은 중대산업 재해와 중대시민 재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 경영책임자 및 법인을 처벌하고, 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노동계에서는 이같은 입법취지에 비춰볼 때 건설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당국과 사법부의 처벌의지가 약한 탓이라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측은 "살인기업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데 어떻게 노동자 사망이 줄어들 수 있겠는가"라며 "법 시행 후 중대재해가 반복됐는데도 어떠한 대형 건설사도 기소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 기소는 송치사건의 46%에 불과하고, 현재까지 선고된 24건 가운데 실형은 고작 5건 밖에 되지 않는다"며 "건설현장의 죽음을 막으려면 원청 건설사 사업주부터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경영계 및 건설업계에서는 사고예방 보다는 과도한 처벌에 중점을 둔 현재의 중대재해법이 다양한 허점을 노출하고 있으며, 경영상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측은 중대재해법 시행 후 이뤄진 총 31건에 대한 1심 판결결과에 대해 "대부분의 판결은 중대재해법 의무를 경영책임자가 준수했더라면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정도로 상당한 인과관계를 명확히 증명하지 못했다"면서 "인과관계의 인정범위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대한건설협회(이하 건설협회)는 지난해 11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중대재해법 개정 건의서를 제출했다.
골자는 시행 3년이 지나도록 사망자 감소효과가 불분명한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을 '중대재해예방법'으로 바꾸고 처벌보다는 예방에 초점을 맞추자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외에도 건설협회 측은 ▲중대산업재해 기준 완화 ▲처벌 및 징벌적 손해배상 수준 완화 ▲대기업·중기업·소기업 등 역량차이 고려 등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건설사고 예방 측면의 강화에는 공감대를 형성한 모양새다.
채종길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22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현행 중대재해법이 예방보다는 처벌에 중점을 두고 있어 기업과 기관이 법적 의무를 충족하기 위한 서류 작업에 집중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채 연구위원은 "중대재해법이 단순한 책임 부과를 넘어 실질적인 대안이 되려면 처벌 중심의 접근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효성 있는 조치들이 실행될 수 있도록 예방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과 구조적 원인 해결, 그리고 체계적인 사고 조사 및 데이터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날 토론회에선 사고 예방을 위한 처벌의 중요성도 간과해선 안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오민애 변호사(민변 이태원참사 법률지원TF 단장)는 "‘예방법’으로의 전환에 대해 가장 확실한 예방은 지난 참사에 대해 제대로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생명과 안전을 이 정도로 중시한다는 점과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선을 다하지 않아 이로 인해 사상의 피해가 발생하면 처벌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책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 청년일보=최철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