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TOP 5 중에 4자리를 중국 브랜드가 차지할 정도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가전 중 유독 로봇 청소기만은 중국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 중국 로봇 청소기 업체들은 내수 시장의 과열된 경쟁을 피하는 한편, 보다 본격적인 해외 진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단순한 ‘제품의 해외 판매’를 넘어 지정학적 리스크 회피를 위한 종착지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보락, 에코백스, 드리미, 샤오미...중국 4대장의 활약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IDC가 발표한 ‘글로벌 스마트 가전 로봇 청소기 시장 분기별 보고서, 2025년 2분기’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글로벌 로봇 청소기의 출하량은 1126만 3000대로,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16.5% 늘었다. 그만큼 로봇 청소기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시장 점유율은 갈수록 상위권 업체들에게 쏠리는 추세다. 2025년 상반기 글로벌 1~5위 업체의 점유율 합계는 64.8%에 달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TOP 5 가운데 1~4위가 전부 중국 업체라는 사실이다. 1위는 20.7%의 점유율을 기록한 로보락(Roborock)이었다. 2위~4위는 각각 에코백스(ECOVACS, 13.9%), 드리미(Dreame, 12.3%), 샤오미(XIAOMI, 10.1%)가 차례로 올랐다. TOP 5 중 유일하게 아이로봇(Irobot, 7.9%)만이 미국 브랜드였다.
한국 시장에서도 중국 로봇 청소기의 성장세는 두드러진다. 글로벌 1위 로보락은 한국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4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로보락에 에코백스와 드리미를 합치면 중국 업체의 점유율은 전체의 절반을 넘어선다. TV, 냉장고 등 다른 가전은 삼성·LG를 사도, 로봇 청소기는 중국 브랜드를 고르는 풍조도 서서히 자리잡는 분위기다. 중국 로봇 청소기의 강점은 가성비와 기술력이다. 제품 연구 개발에 아낌없는 투자를 한 결과, 성능과 다양한 기능 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단순한 해외 진출 넘어 ‘공급망 재편’ 시도
업계 전문가들은 북미와 유럽 및 동남아 등 해외 시장이 중국 내수 시장에 비해 절대적인 파이의 크기가 크다고 할 순 없지만, 청소기 제품의 잠재적 수요가 크다고 말한다. 아직 개척할 여지가 많은 시장이라는 얘기다. 특히 미주 및 유럽 시장의 경우 이들 로봇 청소기 업체들의 또 다른 주력 제품인 잔디깎이 로봇의 수요가 급성장하고 있다. 마당과 정원이 많은 이들 국가의 주거 방식을 고려할 때, 스마트화 및 자동화된 기기의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지난 9월 초 독일에서 열린 국제 가전 전시회 IFA 2025에서 로보락을 비롯한 중국 로봇 청소기 업체들이 프리미엄 잔디깎이 로봇을 잇따라 선보였다.
중국 브랜드 글로벌 시장 공략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과열된 중국 국내 시장의 경쟁을 피하기 위함이고, 둘째, 베트남 등 해외 시장에 공장을 건설해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목적이다. 해외 진출을 통한 ‘제품 판매’의 수준을 넘어, ‘유통 채널, 서비스, 공급망의 전면적인 개편‘이 현 시점 중국 로봇 청소기 업체들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중국 국내 시장의 과열된 경쟁이 해외 진출의 원동력이었다면, 현재 복잡해지고 있는 글로벌 무역 판도로 인해 이들 업체들의 해외 진출 방식이 달라지는 추세다.
로보락 관계자는 현지 매체 차이롄서(財聯社)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024년 4분기에 이미 베트남 위탁 생산 사업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로보락은 업계에서 비교적 이른 시점에 베트남 생산 능력을 확보한 브랜드 중 하나다. 앞서 재무보고서에도 이번 조치의 목적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고, 국제 시장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함’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해외 진출’이 단순히 ‘제품 판매’를 넘어 공장까지 이전하는 차원으로 달라지면, 이는 곧 전체 가치사슬을 재편하겠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한편, 한국에 진출한 중국 업체들은 그간 꾸준히 약점으로 지목된 사후서비스(A/S)를 보완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브랜드인 삼성과 LG가 철저한 사후서비스를 자랑하는 반면, 중국 업체들은 수입사나 외주를 통한 방식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해왔기 때문이다. 로보락과 에코백스 등은 국내 유통사 및 가전업체와 협약을 맺어 사후서비스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드리미는 올해 4월 서울 한남동에 국내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고, 샤오미는 지난 9월 27일 서울 구의와 마곡에 샤오미 스토어를 추가로 열어 소비자와의 접점을 강화했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