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서민금융생활지원법 의결
채무조정에 비금융채무 첫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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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취약계층을 위해 전기료도 채무조정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또 학자금대출과 통신비도 채무조정을 할 수 있도록 법률에 근거 규정을 마련함으로써 정책 강제성을 더 높이기로 했다. 채무조정에 비금융채무를 포함하는 법률이 마련되는 것은 처음이다. 여야는 이 개정안을 조속히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25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정무위원회는 전날 전체회의에서 서민금융생활지원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법안의 골자는 신용회복위원회가 채무조정을 위한 신용회복지원협약 체결 대상에 금융회사 외에도 전기사업자(한국전력 등), 한국장학재단, 이동통신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를 포함하는 것이다.
채무조정이란 빚을 정상적으로 갚기 어려운 개인채무자에게 신청을 받은 후 해당 개인채무자의 채권을 보유한 금융회사 등의 동의를 거쳐 상환 기간 연장, 이자율 조정, 상환 유예, 채무 감면 등으로 상환 조건을 변경하는 사적 채무 구제를 말한다.
개정안에서 주목받는 부분은 전기료를 채무조정 대상에 포함시킨 점이다. 전기료가 연체됐을 때 협의를 통해 채무조정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전기는 일상생활을 하는 데 필수 요소다. 전기요금을 체납하면 해당 서비스 이용이 중단된다. 정치권에서는 최소 생활 보장을 위해선 전기요금을 비금융채무조정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대신 건강보험료 및 수도·가스요금은 정무위에서 논의한 끝에 포함 대상에서 제외됐다.
개별 협약 대상이었던 학자금대출과 통신비도 이제 비금융채무조정 대상에 들어간다. 법률로 규정하면서 관련 기관들이 의무적으로 포함된다.
학자금은 한국장학재단이 신복위와 2021년 11월 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 6월 서민금융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채무조정 대상에 포함됐다. 2022년 채무조정 시행 후 작년 7월 말까지 학자금대출 관련 채무조정은 7960건이다.
또 이동통신 3사를 비롯해 알뜰폰사업자, 휴대폰결제사는 지난해 6월 신복위와 개별적으로 협약을 체결해 금융채무와의 통합채무조정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강제성이 부족하다 보니 다수의 소규모 사업자는 협약 대상에서 빠져 있다. 신복위에 따르면 작년 6월 기준 알뜰폰사업자 56곳 중 20곳이, 휴대폰결제사 44곳 중 6곳만 협약을 체결했다.
작년 5월 말 기준 통신비 연체 건수는 22만여 건이고, 연체금액은 279억원 정도다. 연체 건수당 연체금액은 약 1250원에 불과하다. 국회는 통신비를 장기 연체하면 채무자가 본인 명의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게 돼 경제적 재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관련 법을 개정했다. 국회에서 법률로 통신비를 채무조정 대상으로 규정하면서 협약 체결 사각지대 해소에 나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