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에 인색한 키움이 질렀다? 송성문 120억이 불편한 이유

2025-08-13

이태일의 인사이드 피치

우리는 왜 규정의 빈틈을 파고, 스스로 발등을 찍는가.

“법과 원칙에 따라서.” 이 말은 아마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가 가장 많이 쓴 말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권력자들과 그 주변에서는 어떤 갈등이 있을 때 법과 원칙에 충실한 판단을 하겠다는 의미를 강조하면서 그 기준을 이 시대의 절대 반지처럼 표현해 왔다. 우리가 그 표현에 익숙해지면서, 한편으로는 그 ‘법과 원칙’은 어떤 민감한 행동을 정당화시키는 기준으로도 여겨졌다. 그래서 뭔가 도덕적이지 않고 양심적이지 않아도 법과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그 행동은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생겼다. 그 과정에서는 그 법과 원칙의 빈틈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는 ‘법꾸라지’(법+미꾸라지) 같은 행동과 표현도 등장했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가 지난주 특별한 계약을 발표했다. 키움은 지난 4일 내야수 송성문(29)과 계약 기간 6년, 총액 120억원에 ‘비 자유계약선수(FA) 다년계약’으로 불리는 연장 계약을 발표했다. 아직 그 정규시즌이 한창인 가운데 기존 선수와 연장 계약을 맺고 발표하는 게 일반적이지는 않다. 그리고 키움은 FA 제도가 우리 프로야구에 생긴 이래 외부 FA 영입이든 내부 FA 잔류든 그 시도에 가장 인색했던 구단이다. 그것도 많은 야구 관계자가 ‘오버페이’라고 여기는 파격적인 조건이다. 그래서 인사이드 피치도 그 계약을 보이는 그대로 보기엔 뭔가 찜찜하다고 여긴다.

키움이 오버페이를 감수하는 이유

이번 계약에서 송성문이 보장받은 ‘6년 120억원’은 액면으로 류현진(한화 이글스, 8년 170억원), 김광현(SSG 랜더스, 4년 131억원) 등 레전드급이고, 현역 야수로는 구자욱(삼성 라이온즈, 5년 90억원)을 넘어선 최고 대우다. 송성문이 뛰어난 선수지만 본인도 “조건이 좋아서 놀랐다”고 할 정도다. 또한 올 시즌이 끝난 뒤 해외 진출 자격을 얻는 송성문은 구단이 허락할 경우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도 있다. 구단은 “선수단 리더로서 송성문의 활약이 구단의 중장기 계획에 부합하며, 그래서 오랫동안 붙잡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오래 붙잡아 두고 싶은 선수에게 메이저리그 진출은 허용한다는 대목은 뭔가 어색하다. 선수단 연봉 총액 최하위 구단이 한 명의 선수에게 규모가 큰 몸값을 보장해 준 점에서 일부에서는 “시행을 앞둔 연봉 총액 하한선 규정을 피하기 위한 꼼수다”라는 시선도 있다. 이쯤에선 키움이 특정 선수에게 오버페이함으로써 프로야구 시장을 흔들고 그 생태계에서 반사이익을 추구하는 특유의 경영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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