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으로 간 최태원-노소영 '세기의 이혼'
항소심 역대급 재산분할 판결 속…6공·학연·사조직, 인맥 위 뒤엉킨 선들
"300억 비자금 입증 안됐는데"…가사소송서 불법성 판단하지 않아
커지는 '노태우 비자금' 논란…대법서 진위 따져야
'노태우의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을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 등과 함께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탈취해 최고 권좌에 오른 뒤 재계를 동원해 막대한 부를 쌓았다. 노태우의 딸이란 말은 노소영의 인맥이 그의 아버지 노 전 대통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웅변한다. 물론 '싫다'고 아버지를 바꿀 순 없다. 하지만 노태우 일가의 불법 비자금이 1조3808억원이 불어나 노 관장의 돈이 된다면 이는 생각해 볼 문제다. 우리 국민 누가 이런 식의 재테크와 부의 대물림을 수긍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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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왜 기획 순서〉
① 노소영 '1조 재산분할'의 민낯…법원에서도 '아빠 찬스'가 통하더라?
② 노소영 '1조 재산분할'의 민낯…이토록 은밀한, 그들의 대물림
③ 노소영 '1조 재산분할'의 민낯…6공·학연·사조직, 인맥 위 뒤엉킨 선들
관계의 퍼즐을 맞췄다. 지금까지 드러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1조3808억원 재산 분할의 민낯은 6공 세력·학연·사조직 등이 얽히고설킨 관계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수렴된다.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노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항소심 재판장인 김시철 부장판사의 부친인 김동환 변호사와의 개인적인 친분이다. 김 변호사는 노태우 대통령의 경북고 1년 후배로서 5공화국에서 국가정책자문위원과 선관위원 등을 두루 맡았고 노 대통령이 집권한 6공화국 시절 언론중재위원과 KBS 이사를 지내면서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불려 왔다.
과거 김 변호사 부친상엔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조문을 간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김 부장판사의 형인 김시범 안동대 교수가 국제미래학회 임원으로 노 관장과 등장하는 것도 우연의 일치는 아니다. 김 교수와 노 관장은 국제미래학회에서 각각 미래전통위원장과 미래예술위원장을 맡고 있다.
노 관장과 관련된 모든 소송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이상원 변호사의 숨겨진 관계도 의아스럽다. 11년 판사 경력의 이 변호사는 이 변호사는 '노태우 정권의 실세', '6공(공화국) 황태자'로 불렸던 박철언 전 장관의 사위다. 박 전 장관은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의 고종사촌 동생이다. 박 전 장관은 김시철 판사의 아버지인 김동환 변호사와는 경북고, 서울대 선후배로 알려져 있다. 박 전 장관의 딸이자, 이 변호사의 아내인 박지영 씨는 노 관장과 재계 안주인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봉사 단체인 미래회의 현재 회장을 맡고 있다.
미래회는 몇 년 전 최 회장에 대한 악플부대를 조직해 허위사실을 퍼뜨린 사건과도 연결된다. 이 댓글 부대를 지휘한 김흥남 씨가 미래회 2대 회장이다. 김 씨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돼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벌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김 씨의 변호한 사람이 이 변호사였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른바 '재판부 쇼핑'을 통해 김 부장판사가 이끄는 가사2부로 변경된 사실에 주목하는 이유다. 애초 이 사건은 서울고법 가사3-1부 조영철 전 부장판사가 맡았는데, 노 관장이 항소심 초기인 2023년 1월 조영철 전 부장판사의 매제가 공동 대표인 법무법인 클라스 대표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추가 선임하면서 재판부가 김시철 부장판사가 이끄는 가사2부로 변경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비자금 유입 및 유·무형 혜택이 뚜렷하게 입증 안 된 상황에서도 SK 성장에 노 관장의 부친인 노 전 대통령의 '뒷배'가 작용했으므로 사실상 노 관장의 기여로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재판과정에서 노 관장은 김옥숙 여사가 '맡긴 돈'이라며 남긴 메모, 50억원짜리 약속어음 6장이 찍힌 사진 등을 증거로 제시하며 "부친 자금 300억원이 선경(현 SK)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돈은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에서는 나오지 않은 것이었다. SK그룹의 비자금 유입 및 유·무형 혜택이 뚜렷하게 입증 안 된 상황에 재판부가 무리하게 재산분할 기준으로 삼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렇다면 문제는 이제부터다. 항소심 재판부의 1조3808억원 재산분할 판결이 법리와 증거가 아닌 감정과 직관, 선입견에 따라 내린 결론은 아닌지가 본질이다. 가사소송은 일반 민사소송보다 판결 내용에 재판장의 재량이 폭넓게 작용하는 분야로 알려져 있다. 밝혀진 인맥 만을 놓고 봐도 항소심 재판부는 여러 가지로 문제의 소지를 만들었다.
아울러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노 관장의 기여로 볼 수 있는 지에 대한 이견이 나온다. 여전히 국민들은 "재판부가 비자금을 인정해 놓고도 불법성은 따지지 않다니", "비자금을 대물림해주는 게 말이 되냐", "재판부와 노 관장이 비자금을 인정했는데, 처벌은커녕 역대 최고의 이혼 위자료를 받았다"라고 되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