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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어려운 경제난으로 피해서 잠을 자는 것인지 아니면 어느 누군가 납치해 감금을 시켰는지 요즘 얼굴 보기가 어렵다.
신사임당 초상의 5만 원권 지폐가 2009년 6월 발행되었으니 벌써 16년째다. 신사임당은 우리나라 돈의 최초 여성 모델이어서 화제가 되었다. 남자가 아닌 여성이어서가 아니라 신사임당을 선정하는 데 일부 여성계 반발이 있었다.
나는 다음 3가지를 들어 찬성이었다. 아들 '율곡'을 훌륭하게 키워 역사적 인물로 만들었다는 것, '사임당 자체'가 시서(詩書)에 능통한 문장가였다는 것, 자신이 서화에 능통하며 현모양처였다는 것 3가지만 해도 5만 원권 지폐에 올릴 조건은 중분하다고 본다.
요즘 들어 손주들에게 용돈이나 세뱃돈을 주려면 신경이 쓰인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5만 원권을 선호하고 있으니 누구를 나무랄 수도 없다. 금년 설날이었다. 손주들이 훌쩍 자라서 성인이 되었다.
할머니인 아내가 세뱃돈을 주면서 은근슬쩍 말을 건넸다. "언니는 고등학생이니 5만 원, 너는 중학생이니 3만 원이면 어떻겠냐?"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던 둘째 손녀가 하는 말이 '세뱃돈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지만 이왕이면 신사임당을 받았으면 좋겠어요."라고 은근히 큰돈을 기대했다.
요즘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도 세종대왕을 내밀면 입을 삐쭉거린다. 적어도 신사임당 지폐 한 장은 주어야 빙그레 웃어 보이는 세상이니 도대체 이놈의 돈이 무엇이기에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일까? 정부는 경제를 안정시키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이런저런 것들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문제다. 전 세계적으로 시장경제가 휘청거리는가 하면 국내에서도 여러가지 어려운 문제들이 맞물려 있으니 이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거리다.
그런데 불안한 자산가들은 일단 '현금확보'라는 비법으로 5만 원권을 인출하여 안방 금고에 가둬놓고 있는 실정이니 이걸 어찌하랴. 전년도 상반기 대비 5만 원권 환수율이 71%에서 16%로 급강했다고 한다.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어디 있을까? 시장경제가 빈혈 증세에 허우적대고 있음은 분명하다. 5만 원권을 긴급하게 풀어가며 극약처방에 나서는데도 도무지 차도가 없어 보인다. 서민들은 물론 중소기업들까지도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니 걱정된다.
어디를 뚫어야 돈줄이 원활하게 돌아갈 것인지 머리를 맞대고 대책 마련에 고민을 해 볼 일이다. 하루빨리 나라도 탄핵 적국에서 벗어나 평온하고 경제도 살아나 신사임당이 금고 가득, 호주머니 가득 날개가 돋쳐 만발했으면 좋겠다.
어느 일간지에 나온 금년도 상위 소망 들을 소개 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 가족 건강하고 자녀들도 취업하여 행복한 매일 보낼 수 있고, 돈 많이 모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친구들 많이 만날 수 있게 해주세요, 여행 많이 가게 해주세요, 등이다.
집약하면 건강 + 행복 = 가족 모두 건강하고 웃음 속에서 행복하고 오래오래 함께 할 수 있게 해주세요다. 이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도 반드시 이 소원이 이루어 지기를 소망한다.
△임두환은 <대한문학> 수필로 등단했다. 행촌수필문학회 부회장과 전북수필문학회 영호남수필문학회 이사를 역임했다. <뚝심대장 임장군> 등의 수필집을 출간했고 전북 수필문학상과 행촌수필문학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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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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