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은 추워도 된다?…백화점의 ‘난방 차별’

2025-02-25

영업 시간 전후 히터 미가동…실내 온도 6도서 ‘덜덜’

여름철 냉방도 마찬가지…‘노동자 건강권 침해’ 심각

“너무 추워서 손발이 얼고, 입까지 헐었어요. 겨울 내내 감기와 비염이 심해 항생제를 달고 살았어요.”

2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 백화점 매장에서 만난 직원 A씨는 이렇게 말했다. 백화점 1층 매장에서 일하는 그는 온몸에 핫팩을 4개나 붙여둔 상태였다. 이날은 지난주에 비해 날씨가 많이 풀린 날이었지만, 매장 실내 온도는 12도를 가리켰다. 이 백화점 직원들은 올겨울 내내 몸을 움츠린 채 입김으로 손을 데우고 발을 구르며 일하는 게 일상이었다고 했다.

일부 대형 백화점들이 영업시간 외 직원 근무시간에 냉난방을 제대로 하지 않아 직원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은 보통 오전 9시30분까지 출근하는데, 백화점이 개장하는 10시30분 전까지는 히터를 잘 틀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추위가 한창이던 지난 주말 오전 9시30분 이 백화점 매장의 실내 온도는 6.8도였다. 특히 출입문이 있는 1층 매장은 난방을 해도 찬 바람이 들어와 다른 층보다 춥다. A씨는 “다른 직원들도 계속 콧물이 나서 하루 종일 코를 풀고 있다”고 했다. 보건복지부가 권고한 겨울철 적정 실내 온도는 18~20도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도 노동자 휴게시설의 적정 온도는 18~28도로 규정돼 있다.

이 백화점의 다른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 B씨도 “너무 추워서 얼어 죽을 것 같다”며 “안에 옷을 여러 겹 껴입고, 양말에도 핫팩을 붙인다”고 말했다. 백화점 근무 특성상 직원들은 대부분 유니폼을 입기 때문에 춥다고 패딩 같은 두꺼운 외투를 입을 수도 없다. 전기난로나 라디에이터 등을 개별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해봤지만, 백화점 차원에서 허락하지 않았다. 일부 백화점에선 직원용 화장실에는 아예 온수를 잠가놓아 수도꼭지를 온수 쪽으로 돌리면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년 이상 여러 백화점에서 일해온 B씨는 근무한 백화점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 조사 결과 전국 백화점 가운데 롯데센텀시티, 롯데스타시티, 롯데안산, 롯데인천, 롯데대전, 더현대서울 등에서 냉난방 차별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은 백화점 영업시간 전이나 후에도 재고 정리·제품 진열·청소 등 많은 일을 해야 되는데, 이 시간엔 기본적인 냉난방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름 냉방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7~8월 기온이 35도 이상 오르는 폭염에도 일부 백화점들은 영업 시작 전과 종료 후, 그리고 직원 전용 공간에서는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아 직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서영 백화점면세점노조 사무처장은 “일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히터를 틀어주지 않겠다는 몇몇 백화점의 냉정한 관리 방침은 고객만 사람으로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노동자를 위해서 매장에 적정 온도의 난방이 가동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A씨와 B씨가 일하는 백화점 관계자는 “오전 10시 전에 난방을 정상적으로 가동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영업 개시 전 매장 직원들이 추위를 호소한다는 지적에 “따뜻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고, 사람마다 추위를 느끼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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