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 1200만 관중 시대, 한국에 여자야구는 프로리그는커녕 실업리그조차 없다. 한국에서 여성에게 야구 선수는 직업이 될 수 없다. 국가대표 선수조차 어떻게 먹고살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준생’이 된 포수 김현아(25)는 최근 미국여자프로야구리그(WPBL) 보스턴에 입단하면서 취업에 성공했다. 김현아는 좋아하는 야구를 더 오래, 안정적인 환경에서 하고 싶다.
김현아는 지난달 21일 열린 WPBL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4순위로 보스턴에 지명됐다. 김라경(뉴욕), 박주아(샌프란시스코), 박민서(뉴욕)도 이번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리그에 진출했다. WPBL은 1943년부터 1954년까지 열린 올-아메리칸 걸스 프로야구 리그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미국 여자프로야구리그다.
김현아는 지난 3일 전화 인터뷰에서 “2라운드 안에 뽑혀서 주전 경쟁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일찍 뽑혔다”라며 “아시안컵에서 조금 잘하기도 했고, 잘하는 거 하나를 각인시키고자 한 전략이 통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현아는 지난달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여자야구 아시안컵에서 7경기 15타점을 기록하며 타점왕에 올랐다.

WPBL은 지난 8월 트라이아웃을 통해 드래프트 참가자를 선발했다. 드래프트를 준비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김현아는 “훈련할 야구장을 빌리기도 어렵고 빌린다고 해도 완전 구석 자리뿐이었다. 평일에 야구를 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게 가장 힘들었다”라며 “평일에는 배재고등학교 (남자) 야구부 학생들이 훈련할 때 같이 훈련하고 주말에는 대표팀 훈련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김현아는 이화여대에 진학한 후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했다. 그는 “어릴 때 야구를 하다가 중, 고등학교 때에는 학교에 여자야구 팀이 없으니 아예 안 했다.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 다시 천천히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김현아에게 야구는 언제나 ‘즐거운 일’이었다. 취업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혔을 때 처음으로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여성은 아무리 야구를 잘해도 전업 야구선수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김현아는 “너무 즐겁고 좋아하는 일이기에 계속 야구를 해 왔는데 대학 졸업반이 돼서 취업해야 하니까 야구를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에 와서 야구를 하고 대표팀 생활도 하면서 다른 준비를 못 한 상태였기에 취업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라며 “‘미래도 없는데 야구를 너무 오래 했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WPBL에 진출할 기회가 생겨서 좋다”라고 말했다.
WPBL은 7주 동안 진행되는 단기 리그다. 아직 선수 계약을 맺지 않은 만큼 ‘안정적인 직장’이라고는 할 수 없다. 김현아는 “취직 걱정을 일단은 덜었지만 리그를 오래 하는 게 아니라 그 이후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긴 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TV 프로그램이나 기사를 통해 여자야구가 세상에 많이 알려지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