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뛰는 시중은행] '승부사' 이호성 하나은행장, 영업강화 드라이브

2025-01-17

하나카드서 '트래블로그' 내세워 성장 '고공행진'

그룹 내 대표적 '영업통'... 위기관리 능력도 강점

올해 영업강화에 방점... 해외사업 도약도 관건

[편집자주] 을사년 새해를 맞아 각 시중은행장들이 저마다의 경영전략을 짜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혼란스러운 정국 속에서 경제 불확실성 역시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은행들은 ‘건전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과연 은행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까. 시장경제가 들여다봤다.

이호성 하나은행장은 뛰어난 경영 수완을 갖춘 ‘영업통’으로 평가받는다. 하나금융 계열사인 하나카드 CEO에서 하나은행의 행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시장의 흐름을 짚는 안목과 뛰어난 전략적 판단이 한몫했다.

그가 하나카드 대표로 재직할 당시 선보인 ‘트래블로그’는 카드 업계의 판도를 바꾼 히트상품이었다. 2022년 출시된 이 카드는 전 세계 58종 통화에 대해 ▲100%(무료환전) ▲해외이용 수수료 면제 ▲해외ATM인출 수수료 면제 등의 획기적인 기능으로 해외 여행객들을 공략했다.

코로나 이후 급증하기 시작한 해외여행 수요에 맞춰, ‘트래블로그’는 단번에 하나카드의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2021년 19.2%에 불과했던 하나카드의 해외 체크카드 점유율은 트래블로그가 출시된 2022년 25.4%로 올랐고, 2023년에는 38.4%, 2024년에는 49.9%를 기록하며 독보적인 상승가도를 달렸다.

트래블로그 가입자수도 지난해 말 기준 700만명을 돌파했다. 불과 1년만에 두 배가 오른 수치였다. 환전액도 2023년 처음 1조원을 돌파한 이후, 약 1년여 만에 3조원으로 늘어나며 파죽지세의 성장세를 보였다.

이 같은 성공으로 카드업계에선 트래블로그와 유사한 해외여행 특화카드 출시가 줄을 이었다. 국내 카드사 중 ‘만년 꼴찌’에 머물렀던 하나카드는 단번에 ‘퍼스트무버’로 거듭나면서 실적도 덩달아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하나카드는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순이익으로 188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4.8% 증가한 수준이다. 주요 4대 금융지주계 카드사 중 순이익 규모로는 3위에 오른 것이지만, 성장률에선 가장 높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도 트래블로그의 흥행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함 회장은 지난해 말 트래블로그 서비스 가입자 수 700만명 돌파 기념행사에 참석해 “트래블로그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해외여행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처럼 경영능력을 입증하며 하나은행 수장에 입성한 이 행장은 대대적인 ‘영업 드라이브’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행장은 취임사에서 자신의 좌우명인 '봉산개도 우수가교(逢山開道 遇水架橋, 산과 물이 가로막아 길을 막아도 길을 만들고 다리를 만들면 얼마든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의미)를 소개하며 "어떠한 난관에 부딪히더라도 '하나답게' 위기를 돌파하고 새로운 성공의 이정표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영업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호성 행장은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과 ‘닮은 꼴’로 통한다. 두 사람 모두 현장형 ‘영업통’이라는 점도 닮았지만,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추진력에 ‘외유내강(外柔內剛)형 리더라는 점도 공통된다. 무엇보다 ’고졸신화‘라는 수식어도 빼놓을 수 없다.

이 행장은 1982년 대구중앙상업고를 졸업하고 은행업에 뛰어들었다. 1981년 한일은행을 거쳐 1992년 하나은행에 입행한 이후 강남서초영업본부장, 중앙영업그룹장, 영업그룹 총괄 부행장, 하나카드 사장을 역임하고 하나은행장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함 회장도 1980년 충남 강경상고를 졸업하고 1980년 서울은행 말단 행원으로 입행했다는 점에서 이 행장과 공통점이 있다. 서울은행이 하나은행에 인수합병된 뒤 하나은행 남부지역본부장, 충남북지역본부장, 대전영업본부장, 충청사업본부 본부장을 지내며 현장 영업에서 뛰어난 수완을 발휘했다는 점 역시 닮았다.

신임 하나은행장 자리에 카드사 CEO였던 이 행장을 ’깜짝‘ 발탁했다는 사실은, 함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올해 국내외 금융시장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검증된 위기관리 능력과 영업 노하우를 갖춘 이 행장이 ’구원투수‘로 선택된 셈이다.

이 행장은 하나은행의 3대 핵심 전략으로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손님기반 확대 ▲안정적 수익기반 구축을 위한 사업모델 혁신 ▲손님 중심의 기업문화 재정립 등 3대 핵심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나아가 이 행장은 취임사에서 “‘하나’만의 손님 중심 영업문화 DNA를 회복하고 리딩뱅크 ‘하나’를 위한 위대한 여정에 우리 모두 함께 하자”며 “‘손님 First’ 기업문화를 하나은행의 DNA로 뿌리내리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하나은행의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도 중요한 과제다. 지난달 말 이뤄진 하나은행 조직개편 내용을 보면, 중장년층 세대 공략과 더불어 인공지능(AI)·디지털 전환에도 주력하고 있다. 영업조직 효율화를 통해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수익 확보를 위한 사업확장에 나설 것으로 여겨진다.

함 회장이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는 해외사업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도 이 행장의 역할이 막중하다. 하나금융은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수익 비중을 40%까지 끌어올인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하나은행은 미국과 중국, 일본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타이베이,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에 이르기까지 총 9개국에 11개 해외법인과 58개의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해외법인은 지난해 3분기 순이익에서 전년 동기 대비 13.1% 증가한 1204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러한 성적은 시중은행 중 신한은행(4343억원)과 우리은행(1546억원)에 이은 3위 수준이지만, 2위인 우리은행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에도 각 은행 간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되는 만큼, 이 행장이 하나은행을 ‘글로벌 리딩뱅크’로 도약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저작권자 © 시장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경표 기자 yukp@meconomynews.com

원칙이 곧 지름길. 금융 보험·카드업계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