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업 카드사 8곳 중 5곳이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했다. 그만큼 카드 업계를 둘러싼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아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신임 대표들은 취임사를 통해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대대적인 쇄신 없이는 난관을 이겨내기 힘들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카드 업계는 소비위축·규제강화·수익악화라는 3중고 속에 플랫폼 등 디지털 역량 강화와 데이터 사업의 수익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분기 말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BC·롯데카드)의 누적 순익은 2조 251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8.3% 성장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실적 개선이 뚜렷하지만 시장에서는 ‘불황형 흑자’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순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비용을 대폭 삭감하거나 금융자산을 늘리는 등의 방식으로 달성한 실적이기 때문이다.
올해 시장 상황도 만만치 않다. 비상계엄과 탄핵 여파로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신용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연 최대 3000억 원의 순이익을 반납하게 됐다. 여기에 올 7월 예정된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카드론 포함 검토)까지 감안하면 카드론 증가세가 둔화될 가능성도 높다. 신용 판매를 제외한 카드사의 대체 수익원으로 부상한 카드론에 대해 추가 규제가 적용되는 경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카드 업계의 대표적인 사업 분야인 신용판매와 카드론을 넘어서 신사업모델 발굴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다. 업계는 플랫폼 사업과 데이터 비즈니스를 신성장동력으로 꼽고 있다. 김이태 삼성카드(029780) 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플랫폼 역량 강화를 미래 성장 동력의 핵심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삼성금융네트웍스(삼성생명·화재·카드·증권)가 출시한 ‘모니모’의 월간 활성자 수는 약 600만 명 수준으로 평균 800만 명 이상을 유지하는 신한카드의 신한SOL페이, KB국민카드의 KB페이에 못 미친다. 지난해 삼성카드는 수의계약을 통해 모니모 구축 및 운영 분담 비용으로 △삼성화재 479억 3400만 원 △삼성생명 541억 3000만 원 △삼성증권 334억 7300만 원 등 총 1355억 3700만 원을 확보했다. 이는 지난해 책정한 예산(949억 1600만 원)에 비해 40% 증가한 규모다. 삼성카드는 확보한 예산을 활용해 본격 확장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를 활용한 수익 사업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가 상업자 전용 카드(PLCC)를 출시하는 것은 제휴사가 보유한 충성 고객은 물론 데이터를 확보하는 이점도 있다. △롯데카드·힐튼 △신한카드·GS리테일 등 카드사는 유통업·숙박업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와 PLCC를 출시하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PLCC 운영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마케팅을 고도화·개인화해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다”면서 “데이터는 총 3차 산업으로 데이터를 활용한 사업은 단순 제공(1차), 가공(2차), 데이터 기반 컨설팅(3차)까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해외 법인도 새로운 먹거리 중 하나다. 신한카드의 카자흐스탄 해외 법인은 지난해 3분기 기준 73억 원의 순익을 내면서 전년 동기(64억 원)보다 약 11% 성장했다. 지난해 현지 중고차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영업 기반을 확장하기도 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2025년에는 최대 두 배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롯데카드의 베트남 법인은 지난해 진출 6년 만에 처음 월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12월 소상공인 및 프랜차이즈 대상 대출 상품 출시를 위한 현지 기업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사업 분야 확대에 나서면서 첫 연간 흑자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