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전 29세이브... 평균자책 0.98까지 낮춰
구속 떨어져도 노련미 앞세워 전성기 기량 재현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아롤디스 채프먼(보스턴 레드삭스)는 메이저리그(MLB)를 대표하는 '원조 파이어볼러'다. 게다가 우완보다 가치가 높은 사우스포(왼손잡이)다. MLB 역사상 가장 빠른 공를 뿌리며 많은 강속구 기록을 꿰차고 있다. 그가 불혹을 바라보는 37세 나이에도 불같은 광속구로 '한 이닝 4탈삼진' 진기록을 추가했다.
채프먼은 8일(한국시간) 애리조나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원정경기 9회말 7-4 상황에서 등판했다. 특유의 빠른 공과 예리한 변화구를 앞세워 4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경기를 끝냈다. 이 과정에서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이 발생해 삼진이면서도 주자가 1루에 살아남는 장면이 발생했다. 채프먼은 아웃카운트 하나를 잃었지만 기록상 탈삼진을 챙겼다. MLB 역사상 101번째이자 개인 첫 번째 1이닝 4탈삼진이었다. 일본 프로야구에선 단 한 차례, 한국에선 세 차례만 나온 희귀한 기록이다.

선두 블레이즈 알렉산더를 슬라이더로 돌려세운 채프먼은 이어 일데마로 바르가스를 스플리터로 잡아냈으나 포수가 공을 뒤로 흘리며 주자가 살아남았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타일러 로클리어와 조던 롤러를 차례로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며 경기를 끝냈다.
MLB.com에 따르면 1이닝 4탈삼진은 2000년 이후 64차례 나왔을 만큼 예전보다 빈도는 늘었지만 여전히 특급 투수만이 만들 수 있는 기록으로 평가된다. 채프먼은 이번 기록으로 평균자책점을 0.98까지 낮추며 올 시즌 29세이브째를 기록했다. 최근 17경기 연속 무실점, 14.2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도 이어갔다.
구속은 전성기보다는 약간 떨어진다. 이날 채프먼의 싱커 최고 구속은 99.6마일(약 160㎞)로 100마일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볼 배합과 코너워크로 애리조나 타자들을 압도했다. 올 시즌 WHIP 0.64, 피안타율 0.113을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최정상급 마무리로 군림하고 있다.

'쿠바산 미사일' 채프먼은 2010년 신시내티 레즈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 데뷔했다. 데뷔 첫해 시속 105.8마일(170.3㎞)의 역대 최고 구속 기록을 세우며 단숨에 '강속구 투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뉴욕 양키스, 캔자스시티 로열스 등을 거치며 통산 364세이브를 올렸다. 2016년에는 시카고 컵스 유니폼을 입고 108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함께 했다.
2022년 이후 기량 하락으로 위기를 맞았지만 보스턴 이적 첫 해 다시 전성기 폼을 재현했다. 올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또 한 번 '핫 아이템'이 될 전망이다.
psoq133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