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지구온난화와 탄소중립을 향한 국제적 움직임 속에 냉매 사용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국내 전자 업계가 친환경 냉각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기존 냉매를 대체하거나 최소화하는 기술과 함께 고효율 에너지 설루션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냉매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냉장 기술을 선보였다. 자사 생활가전 연구소가 개발한 '펠티어(Peltier) 반도체 소자' 기반 냉각 기술은 전기를 흐르게 해 발생하는 온도 차이를 이용해 냉장 기능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이 때 한쪽 면은 차가워지고 한쪽 면은 뜨거워진다. 이를 반복 배열한 반도체 모듈이 바로 펠티어 소자이며 이 특성을 가전에 활용하는 것이다.
삼성은 이 기술을 일부 냉장고에 적용해 파일럿 테스트 중이며, 향후 상용화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업계는 해당 기술이 본격 도입될 경우 냉매에 의존하지 않는 친환경 냉장 설루션으로 주목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냉장고와 같은 가전 제품뿐만 아니라 신선식품이나 바이오의약품 운반 등 콜드체인 영역에서도 수요가 잇따를 가능성이 높다.
LG전자 역시 친환경 냉매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존 R410A 냉매보다 지구온난화지수(GWP)가 낮은 R32를 비롯해 자연 냉매로 분류되는 R290(프로판)을 에어컨과 냉장고 등 주요 제품에 단계적으로 적용 중이다.
또 고효율 냉방 시스템 칠러(Chiller)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공조 솔루션 자회사인 LG전자 시스템에어컨을 통해 R32 냉매를 적용한 고효율 칠러를 상업용 시장에 출시했다. R32 냉매는 GWP가 기존 냉매의 30% 수준이다. 이는 기존 제품 대비 냉방 성능을 높이면서도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 탄소배출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이산화탄소(CO₂)를 활용한 세탁기 냉각 기술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해당 기술은 세탁 시 온도 조절을 통해 세제를 적게 사용하면서도 세척력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유엔 환경계획(UNEP)과 몬트리올 의정서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GWP가 높은 냉매의 단계적 감축이 의무화되고 있다. 오는 2036년까지 선진국을 기준으로 하는 냉매 관련 규제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냉매는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 냉각 기능이 포함된 가전 제품에 사용되며, 이 같은 냉매가 대기 중으로 방출될 경우 강력한 온실가스로 배출된다. 따라서 전 세계적으로 냉매의 종류와 사용량을 제한하는 규제가 확대되고 있으며, 관련 제품의 기술 전환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경우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로 제한한다는 목표 실현을 위해 설정한 '2030 NDC 상향안'을 발표하고, 2021년 12월 유엔에 제출한 바 있다.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감축목표를 당초 37%에서 40%로 상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기술 선도를 통한 친환경 냉각 시장 주도권 확보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업계 관계자는 "냉매는 기후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로 규제 강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친환경 냉각 기술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어 앞으로도 각 기업에선 관련 연구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