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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서울서부지법과 헌법재판소 앞에서 폭력 난동 행위를 사전 모의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급기야 애꿎은 자영업자를 '테러범'으로 몰아 당사자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24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디시인사이드 '미국정치 갤러리'(미정갤)에는 전날 낮 12시 44분 '실시간 헌재 앞 가스통 들감(들어감)'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LPG 가스통을 실은 트럭이 헌재로 들어가는 사진과 함께 "요즘 시대에 서울에서 가스 쓸 일 있나. 모든 걸 의심하자"고 적었다.
이 글에는 "25일 최종 변론일에 가스 폭발 테러를 일으키려는 것", "헌재 보수공사 중 불의의 사고가 났다며 헌재를 통째로 날려버리려는 것 아니냐. 국민들이 (윤 대통령을) 구하러 가야 한다" 등의 댓글이 약 200개 달렸다.
이 게시판에는 전날부터 이틀간 1천100여개의 관련 글이 올라왔다. 업체의 전화번호와 주소를 공유하며 국가정보원과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신고하자는 주장이 빗발쳤다.
'국민의힘 갤러리'의 한 이용자는 전날 오후 10시 20분 업체와 3분간 통화한 휴대전화 화면을 '인증'하며 "아니나 다를까 억양과 말투가 '짱○'(중국인에 대한 혐오 표현) 그 자체였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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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를 직접 찾아간 이용자도 있었다. 오후 7시 47분 미정갤에 '현장방문'이라는 제목으로 잠긴 철문과 계단 등 업체 외곽을 상세히 촬영한 사진들이 게시되자 이용자들은 "다들 모여서 감시하자"며 호응했다.
이런 근거 없는 주장이 퍼진 건 윤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 소위 '플랜D'로 불리는 윤 대통령을 향한 극단적 테러 가능성의 '음모론'이 퍼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들 게시판에는 이달 중순부터 '탄핵이 기각될 경우에 대비해' 극단적 테러가 준비되고 있으며 대통령 신변이 위협받고 있다는 내용의 허위조작정보가 반복해 올라왔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등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는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 역시 관련 내용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언급했다가 삭제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좌표 찍기'에 생업에 지장을 받은 업체 주인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가게 사장 A씨는 "헌재 외곽에서 근무하는 경찰들의 난방 용도로 가스를 배달한 건데 어디서 무슨 말이 도는 건지 어제 낮부터 60통 넘는 전화가 왔다"며 "주말에 그 정도인데 평일에는 어떨지 걱정돼 머리가 지끈거린다"고 말했다.
그는 "전화가 너무 와서 예민해진 탓에 거래처 측에도 '왜 전화했느냐'고 대꾸해 곤란을 겪기도 했다"며 "장사도 못 하겠고 미칠 노릇"이라고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헌재 측 또한 "LPG 가스는 경찰 경비대가 난방 연료 목적으로 구입한 것"이라며 "대통령 경호처와 함께 대통령 안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