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논란 등으로 취임 반년 만에 탄핵 위기에 처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의협 회원들에게 사과하며 "기회를 달라"고 머리를 숙였다.
임 회장은 30일 오후 의협 회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저의 불신임안이 대의원회에 발의돼 회원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 드린 것에 대해 매우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제 부덕의 소치"라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엄중한 상황에 제 개인의 부적절하고 경솔한 언행들로 회원들께 누를 끼친 점 백 번 사죄드린다"며 "저와 의협 42대 집행부는 출범 직후부터 정부의 의료농단 사태 대응으로 여념이 없는 나날을 보냈고, 저는 때때로 우리 회원들과 전공의들 그리고 의대생들이 당하는 피해와 불이익에 대한 분노를 참지 못해 거친 언행을 했다. 변명의 여지 없는 저의 불찰"이라고 했다.
임 회장은 최근 온라인에서 자신을 비방하는 글을 올린 지역의사회 이사를 고소한 뒤 취하해주는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해 논란이 불거진 일도 언급했다. 그는 "이번 전공의 지원금 관련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도 저의 부적절한 대처로 회원 여러분께 깊은 실망을 드렸다"며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당장 저의 모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삭제하고 언행도 각별히 유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도 호소했다. 그는 "저의 잘못을 가벼이 여기고 회피할 생각은 없다"면서 "다만 회원 여러분께서 저에게 부여하신 의협회장의 임기 동안 과오를 만회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시길 감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어 "이번 불신임안 상정이라는 회초리를 맞으면서 저와 집행부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되돌아보고 새롭게 거듭날 수 있도록 쇄신하겠다"며 "회원분들과 더 많이 소통하고 더 많이 듣고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심기일전하여 명실상부한 전문가단체로서 위상을 재정립하고 신뢰받는 리더십을 갖추겠다"며 "저와 42대 집행부가 회원 여러분께서 부여하신 임무를 끝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재자 말했다.
임 회장은 "정부의 의대증원 등 의료농단 정책 강행을 저지하라고 압도적인 지지로 저를 의협회장으로 뽑아주신 회원님들의 뜻을 단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면서 "회무 운영상의 부족함과 미흡함으로 실망을 안겨드리게 되어 비통하지만 지난 3월 회원들이 선택해주신 임현택과 지금의 임현택은 여전히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전쟁에서 '적전분열'은 필패의 원인이다. 우리끼리의 갈등과 분열을 누가 가장 반가워하겠나"라며 "의협회장 탄핵은 결과적으로 내부 분열과 혼란만 가중하고 우리 스스로는 무력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 회장의 이런 사과문은 의협 대의원회가 다음 달 10일 임 회장 불신임 건을 투표에 부치기로 확정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지난 29일 긴급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결정해 공고했다. 임 회장의 불신임을 요구하는 쪽에서는 그가 막말과 실언으로 의사의 명예를 실추했고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이 진행되는 동안 의협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수차례 막말로 논란을 일으킨 임 회장은 지난 17일에도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는 글을 남겨 정신질환자를 비하했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임 회장 탄핵을 추진한 조현근 대의원은 발의문에서 "임 회장은 당선인 때부터 지금까지 여러 차례 SNS를 통해 막말과 실언을 쏟아내 의사와 의협의 명예를 현저히 훼손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