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침체 속 공공이 ‘발목’…공사 수주액 5년來 최저

2025-06-25

국내 건설사들의 올해 1~4월 수주액이 5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이는 공공공사가 큰 폭으로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탄핵정국 여파 등으로 굵직한 관급 공사 발주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으로 분석된다. 공사비 급등에 따른 건설사들의 입찰 참여 유보로 유찰 사례도 늘어나고 있어 공사비 현실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내 건설사들의 공사 수주액은 53조 2600억 원으로 전년 동기(57조 9422억 원)대비 8% 감소했다. 이는 1~4월 기준 2020년 (45조 9594억 원) 이후 5년 만에 가장 적은 규모다. 특히 공공공사 수주액이 지난해 17조 623억 원에서 올해 12조 7543억 원으로 약 25%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민간공사 수주액이 약 1% 하락하는 데 그친 것을 고려하면 감소 폭이 두드러진다.

건설 업계는 공공공사 발주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다 낮은 공사비에 유찰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국가철도공단이 올해 상반기 공고 예정이었던 △평택지제 차량기지 건설공사(5800억 원) △남부내륙철도 건설공사(3214억 원) △가덕도신공항 접근철도 노반공사(3813억 원) 등은 사업 조정 등에 따라 아직 발주가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올해 3월 공고 예정이었던 울산다운2 A-3블록 아파트 건설공사(3549억 원)도 내부 검토 등에 따라 아직 발주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5월 중 발주를 계획했던 고양창릉 S-2블록(2853억 원) 및 부천대장 A1블록 아파트 건설공사(2664억 원)의 경우 한 달 늦은 이달 중 공고가 이뤄졌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초 탄핵정국 여파로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지면서 단 한 건의 공공공사 발주가 이뤄지지 않은 날도 있었다”며 “대형 건설사 입장에서는 몇 개월 수주 시기가 지연되는 것이지만, 영세 건설사는 수주 감소에 따른 경영난이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발주가 이뤄지더라도 건설사들의 외면도 이어지고 있다. 공공공사는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더라도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지만 자잿값이 상승하면서 공사를 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기술형 입찰) 13건 중 총 5건이 유찰됐다. 유찰된 공사 금액은 총 1조 4000억 원에 달할 정도다. 화성시가 올해 4월 최초 공고를 낸 ‘동탄 도시철도(동탄트램) 건설사업’ 1단계 공사는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발주 금액은 6114억 원이다. 울산광역시가 같은 달 공고한 ‘울산도시철도 1호선 건설공사(2716억 원)’도 두 차례 유찰돼 수의계약을 추진 중이다. 이밖에 ‘새만금 스마트 수변도시 2공구 조성공사(3553억 원)’, ‘국지도70호선 서면대교 도로건설공사(1085억 원)’ 등도 시공사를 찾는 데 실패했다.

이미 건설 기성이 역대 최저수준으로 하락한 상태에서 새 일감마저 줄어들면서 올 하반기에도 건설경기 회복이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건설 기성은 현재 진행 중인 공사 실적을 보여주는 지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기성은 26조 8659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1.2% 감소했다. 건설 기성액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줄어든 것은 외환위기였던 1998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건설경기 침체에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올해 들어 이날까지 폐업을 신고한 종합 건설업체는 314개로 전년 동기(287개)보다 10% 가까이 증가했다.

이지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예상 연간 건설수주는 약 222조 원으로, 물가 상승 효과를 제거하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민간 투자 활성화와 함께 공공 발주 정상화, 공사비 현실화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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