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도 강도 육상에 세웠다…7000억 수입 '연어' 키우는 이곳 [르포]

2025-01-12

“0.01g인 연어 발안란(부화 전 난막을 통해 연어 눈이 보이는 알)을 노르웨이 해안과 똑같은 환경을 구현한 수조에서 담수와 해수를 번갈아 주며 2년 동안 키우면 5㎏짜리 국내산 연어로 자랍니다.”

육상에서 연어를 양식 중인 에코아쿠아팜 동상준 사업개발팀장의 말이다. 지난 2일 만난 동 팀장은 “지난해 7월부터 양식에 들어간 연어는 2026년 하반기에 첫 출하된다”며 “2027년부터 연간 500톤씩 연어가 생산되는데 이는 국내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연어는 양식기술개발이 어려워 국내 소비물량인 연간 6만 3000톤, 금액으로 따지면 7000억원 어치를 사실상 전량 수입하고 있다.

국내 최대 연어 양식장 완공…수조 20개서 연간 500톤 생산

국내 최대 연어 양식장이 부산 기장군 일광면에 위치한 부경대 수산과학연구소 안에 조성됐다. 해양수산부가 2019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 양식 클러스터’ 사업의 일환이다. 국비 150억원, 시비 90억원, 민간투자자(GS건설) 60억원 등 총 300억원이 투입됐다. GS건설의 자회사 에코아쿠아팜이 연어 양식장을 관리하고 있다.

지난 2일 찾은 연어 양식장은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9166㎡(약 2778평) 규모로 해수 및 담수 취·배수 시설을 갖췄다. 연어는 치어(稚魚)일 때에는 담수에서 살다가 1년 뒤 바다로 이동해 성어로 커간다. 그러다 알을 낳을 때가 되면 다시 강을 거슬러 올라온다. 자연산 연어의 생활 환경을 그대로 적용하기 위해 담수, 해수 수조가 총 20개 만들어져 있다.

연어 양식 5단계 걸쳐 담수→해수로 이동…2년간 5㎏로 키워 출하

양식은 총 5단계를 거친다. 첫 단계인 부화실은 직원들도 쉽게 드나들 수 없을 정도로 보안이 철저했다. 어린 연어는 환경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부화실은 담수이며, 수온이 4~5도 낮고, 어둡다. 이곳에서 4만 개의 연어알을 생육한다. 연어알 무게가 개당 0.16g이 되면 치어 생산실로 옮겨져 처음으로 사료를 먹는다. 치어가 30g까지 자라면 스몰트 생산실로 이동해 해수 순치 과정을 거친다.

민호준 에코아쿠아팜 생육관리팀장은 “담수에 사는 연어가 바다로 바로 던져지면 삼투압이 맞지 않아 죽는다”며 “스몰트(Smolt·은백색으로 바뀐 연어) 생산실에서 빛을 이용해 바다로 나갈 수 있는 몸으로 만든다. 삼투압 조절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치어가 모두 폐사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450g으로 몸집을 키운 연어는 해수가 담긴 중간양성실로 이동해 6개월 동안 2㎏까지 키운다. 마지막 단계인 성어 생산실로 이동한 연어는 길이 77㎝, 무게 5㎏의 성어로 자라 출하된다. 성어 생산실은 356톤 규모의 수조가 8개 있으며, 수조당 7000마리를 키울 수 있다.

자연산 연어와 양식 연어 중 어떤 게 더 맛있을까? 민 팀장은 “연어의 고소한 맛은 지방이 풍부한 사료를 먹어야 구현이 가능하다”며 “자연산은 연어 살이 탄탄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감칠맛은 양식 연어가 더 뛰어나다”고 말했다.

육상 양식 연어는 해양오염으로부터 안전…동남아 수출 검토

육상 양식 연어는 폐쇄식 순환 여과 방식(RAS)으로 정수한 물을 99% 재사용하기 때문에 해양오염으로부터 안전하다. 전문가들은 민간 기술과 정부 자본으로 실험 단계에 들어간 스마트 양식 기술이 보급화에 성공하면 낙후돼 있던 수산 기자재 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GS건설은 연어 양식장 플랫폼을 동남아로 수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마창모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산연구본부장은 “부산에 조성된 스마트 양식장은 기자재 산업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춰져 있다”며 “연어 양식이 상업적으로 성공하면 일반 어가에 기술을 전파하고, 민간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양식 관련 기자재 산업이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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