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구 박사의 맛있는 인천 섬 이야기] ㊱대무의도 숭어

2025-01-12

겨울철이 되면 어류 대부분은 수온이 안정적인 깊은 바다로 이동하지만 서해에서는 난류와 한류가 교차하는 해류 덕분에 겨울철이 제철인 어종도 존재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숭어다.

숭어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의 연안, 기수역, 강 하구 등에 서식하며 전 세계적으로 25속 72종 등 다양한 종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 숭어는 크게 숭어와 가숭어로 나뉘는데, 모두 숭어로 통칭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두 어종은 형태적 특징뿐 아니라 산란 시기와 소비되는 시기는 차이를 보인다.

특히 서남해안 어촌에서는 가숭어를 참숭어라 하며 예부터 제사상에 올리는 귀한 어종으로 취급하지만 반면 숭어는 개숭어라 하여 값싼 생선으로 취급하기도 한다(고은영 외, 우리나라 숭어과 어류의 어명 및 자원 활동에 대한 고찰, 한국해양생명과학회지, 2019).

숭어는 민어와 함께 고급 어종으로 취급됐다.

과거 종갓집에서는 숭어를 어적으로, 숭어알(어란)은 고급 술안주로 사용됐다. 동의보감에서는 ‘진흙을 먹으므로 백약에 어울린다’고 할 정도로 조선시대에는 주목받는 어종이었다.

이러한 연유로 숭어는 종갓집의 제사상이나 서울지역 진오기굿의 상차림에 사용됐다. 특히 숭어는 민물과 바다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생태적 특성이 있다.

이러한 특성은 민속적으로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존재로서 숭어는 종갓집 제사 음식이나 진오기굿 상차림에 사용된 이유로 해석될 수 있다.

망자가 두 세계 사이에 존재한다는 민속적 의미와 숭어의 생태적 특성이 결합하면서 숭어는 신성하고 상징적인 존재로 자리 잡았다(홍태한, 조기, 명태, 숭어의 민속학, 어문학교육 제47집, 2013).

무의도는 한때 꽃게와 새우가 풍부하게 잡히고, 40여 척의 어선이 드나들 만큼 풍요로웠던 섬으로 기억되고 있다.

대무의도 포내리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그곳에서 살아온 김영길 어르신의 기억 속 무의도는 자연의 넉넉함과 사람들의 삶이 녹아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중에서도 특히 겨울철 숭어는 맛이 좋았다고 한다.

김영길 어르신은 “겨울 바다의 추운 날씨 속에서 바닷물이 얕게 얼어 생기는 ‘죽세기’라는 살얼음 현상에 휩쓸려 숭어가 많이 잡히곤 했다. 이 시기의 숭어는 회로 즐기기에 좋다. 겨울 숭어는 살이 단단하고 쫄깃해 그 맛이 일품이다”고 했다.

그는 또 반건조한 숭어를 쪄 먹거나, 대숭어는 인천 시내로 가져가 판매했다고 한다.

겨울철에는 숭어 새끼를 ‘동어(또는 동아)’라고 부르며, 소주 한 잔과 함께 동어를 즐기는 것이 특별한 겨울 풍경이었다.

비록 작은 물고기였지만, 겨울철의 소박한 즐거움과 함께 살아온 시간의 추억을 담고 있다.

2000년부터 무의도 하나개 해수욕장에서 무의 아트센터를 운영하며 지역 문화를 지키고자 노력해 온 차광영 대표는 2021년 인천 풍물 보존연구회 회장이었던 고 노종선 대표와 함께 무의도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창작곡 '무의도 숭어의 꿈'을 선보였다.

이 곡은 무의도의 셋째 공주와 호랑이 전설 축제에서 춤과 공연이 열려,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섬의 전통과 자연의 의미를 되살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무의도의 ‘숭어잡이 떼루야 타령’은 섬사람들의 노동과 놀이가 어우러진 노래로서, 이곳의 전통적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노래는 이렇게 시작한다.

무의도 국사봉은 우리 동네 명산인데,

매년 팔월 초하루는 온 동네 사람이 다 모이니,

무슨 모이가 있다든가아

에 헤 에 에루야 ̴어 어 어허 떼루 야

떼루야 떼 루 야아, ↗어 어 허 떼루야

하나개 앞바다는 숭어도 많고 민어도 많다.

이구리와 우재에다 말장 박고 그물 쳐서

숭어잡이나 하여보 ̴세

에 헤 에 에루야 ̴어 어 어허 떼루 야

떼루야 떼 루 야아, ↗어 어 허 떼루야

가사는 하나개 앞바다에서 숭어를 잡는 사람들의 삶을 그린다. 민물과 갯물을 오가는 숭어는 이승과 저승을 잇는 다리로 비유되며, 삶의 신비와 순환을 상징적으로 담아낸다.

무의도의 민요가 흥얼거리는 가운데, 하나개 해수욕장의 갯벌을 걸으며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자.

글 : 김용구 박사(인천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인천시 섬발전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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