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을 꽂다, 행복을 굽다

2025-01-11

입맛 잘 알지 못하는 지인들과 함께 캠핑할 때 제격

원하는 재료 한입 크기로 툭툭 썰어 직화불에 ‘자글자글’

쌈장·마요네즈·소금…소스도 취향껏 곁들이면 입안이 행복

자잘한 선택지가 많은 식당을 좋아한다. 뱃구레가 함지박만 한 사람도, 사과 한 알만 한 사람도 적당히 즐겁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좋아한다. 물론 다채로운 음식의 향연이 펼쳐지는 뷔페를 둘러보는 것도 좋아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것은 그러한 자유로움과는 다르다. 내가 편안하게 느끼는 것 이상의 포만감을 채워야 할 것 같은 과장된 풍요로움이 아니라 원하는 것을 맛있게, 나에게 알맞은 만큼 즐겁게 먹을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나에게 메뉴 선택권이 있지 않은 시절에는 차라리 회전초밥집에 가는 것이 좋았다. 앞서 말하자면 나는 날생선을 잘 먹지 못한다. 르 꼬르동 블루에 들어가면서 이제 못 먹는 음식이 없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다양한 불호 음식을 열심히 먹어보았지만, 고수와 연어회에 대한 불호를 극복한 것에 비하여 아직 흰살생선회의 매력은 요만큼도 발견하지 못했다. 씹어도 넘어가지 않는 것이 의아한데, 그 식감이 좋아서 먹는 것이라면 역시 이 맛은 내 맛이 아니다. 탈락, 불합격, 이 맛은 기꺼이 호불호가 없는 사람에게 넘겨줄 수 있는 맛.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내가 먹고 싶은 음식만 항상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나 또한 싫다고 해서 모두가 먹지 못하게 할 생각도 없다. 그래서 군말 없이 횟집도 잘 따라다니지만 그러다 회전초밥집에 가면 더없이 기쁜 것이다. 레일 위를 지나가는 접시 위에는 얌전하게 놓인 흰살생선 초밥도 있지만 나를 위한 연어초밥과 유부초밥도 있다.

달콤한 달걀말이 초밥을 만나면 아이처럼 좋아하고, 안 그래도 화려한 캘리포니아 롤에 매년 튀김과 고명이 늘어나면서 더욱 다채로워지는 모습을 보며 감탄한다. 그러다 회를 잘 먹는 가족이 하나씩 맛보여주는 것을 따라 먹을 수 있는 날 해산물 메뉴도 늘어났다. 관자, 단새우와 다진 참치뱃살에 파를 올린 ‘네기토로’ 군함말이. 회에는 질깃한 것만이 있지 않다는 깨달음이 따라붙는 순간이다. 나 스스로 메뉴를 결정할 수 있고 그에 맞춰야 하는 아이가 생긴 이제는 더 반가운 곳이 되었다. 예의상 존재하는 돈가스 키즈 메뉴 대신 튀김이며 과일, 우동으로 제 입맛에 맞는 메뉴를 여럿 고를 수 있으니까.

이번 주말 캠핑에 어떤 음식을 만들지 결정할 때는 많은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그즈음에 가장 먹고 싶은 음식, 꼭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었던 음식, 너무 지쳐서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맛있는 밥을 먹고 싶을 때 고르는 음식, 마침 시장에 갔더니 아주 싱싱한 채소가 보여서 즉석에서 결정한 음식. 그러다 그저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즐겁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장 큰 날이면 꼬치구이를 고른다.

길쭉한 꼬챙이에 날것의 식재료를 꽂아 숯불이나 모닥불에 직화로 익히는 꼬치구이는 인류가 불을 발견한 이후로 내내 존재한 아주 원초적인 조리법이다. 말레이시아의 사테, 브라질의 슈하스코, 그리스의 수블라키, 러시아의 샤슬릭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서 널리 찾아볼 수 있는 것도 그 덕분이다. 가스스토브에 이어 전기 인덕션까지 가정 내의 가열원은 다양하고 편리하게 발전해 왔지만, 활활 타오르는 불에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적당한 시간 안에 익힐 수 있도록 썬 식재료를 긴 꼬챙이에 끼워서 익히는 것은 그야말로 누구나 어떤 상황에나 할 수 있고 어떤 식재료에도 적용할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이다. 그래서 특히나 취향을 속속들이 다 알지 못하는 지인과 함께 캠핑할 때면 꼬치구이가 제격이다. 아예 꼬치에 꽂으면서 요리를 준비하는 순간부터 함께하는 파티나 이벤트처럼 꾸미기에도 좋다. 숯불만 캠핑에 익숙한 사람이 맡아서 피워 주면 캠핑 초보도,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누구나 어느 정도의 결과물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캠핑에 누군가를 초대한 사람은 가만히 앉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즐기기만 하기를 바라면서 보살피고 싶지만, 캠핑을 경험하러 온 사람은 무엇 하나라도 직접 해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좋아하는 식재료와 ‘나도 할 수 있는 일’을 접하면 모두의 흥이 올라간다. 그래서 꼬치구이를 준비할 때는 다양한 식재료를 조금씩 많이 준비하는 것이 좋다. 가장 간단하게는 채식주의자도 육식주의자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구성을 마련할 수 있다. 촉촉하게촉촉하게 구우면 맛있을 법한 채소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감자처럼 밀도가 높은 채소는 저온에 오랫동안 익혀야 하니 쿠킹포일에 싸서 불에 묻는 것이 낫다. 꽈리고추, 마늘, 은행, 각종 버섯, 가지, 애호박 등 수분이 많고 빨리 익는 채소가 적합하다. 대파도 직화로 노릇하게 구우면 속에 촉촉하게 채즙이 차올라 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양파처럼 잘 분리되는 채소는 꼬챙이를 두 개 이상 꽂아서 형태가 유지되도록 하면 불구덩이에 빠뜨릴 위험이 없다.

육류도 소량으로 섞어서 살 수 있으면 제일 좋다. 닭고기는 소위 ‘퍽퍽살’인 가슴살과 촉촉한 다리살, 쫄깃한 근위를 취향대로 구입해 보자. 돼지고기는 익으면서 본연의 지방이 녹아내려 주변의 식재료에도 맛을 더한다. 양념한 장어나 새우, 관자 등 해산물도 꼭 반기는 사람이 있다. 또한 건강과는 거리가 멀지만 가공육도 꼬치구이에서는 대활약을 한다. 껍질이 탁탁 터지도록 그슬리게 익힌 소시지가 맛있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얇게 저민 베이컨으로 돌돌 감싼 팽이버섯이나 아스파라거스, 가래떡 등을 구우면 아이들은 최고의 간식이라고, 어른들은 최고의 안주라고 입을 모은다.

이 모든 재료를 한입 크기로 썰어서 준비했다면 모두 둘러앉아서 꼬챙이에 먹고 싶은 식재료를 끼워 나만의 꼬치를 만들도록 해 보자. 꼬챙이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철제 꼬치는 튼튼하고 여러 번 사용할 수 있지만 꼬챙이까지 뜨거워져서 뒤집거나 들고 먹을 때 위험할 때가 있다. 나무 꼬챙이는 비교적 익은 음식이 잘 빠져나오는 장점이 있다.

또 한 가지, 직화는 기본적으로 불향이 입혀지면서 ‘겉바속촉’으로 구워지기 때문에 간과하기 쉽지만 이 불향이 식재료에 잘 배도록 하는 것은 기름이 하는 역할이다. 녹인 버터나 식용유 등을 옆에 마련해 두고 조리용 솔로 살살 발라가면서 너무 강하지 않은 불에 천천히 익힌다. 불이 너무 강하면 겉만 타고 속은 안 익을 수 있고 불이 너무 약하면 하세월이 지나도 식사를 시작하기 힘들다. 숯불의 위치를 바꾸고 장작을 그때그때 추가하면서 누구나 캠핑 요리의 정수를 간접 경험하게 도와주자.

각자 열심히 구운 꼬치를 들고 둘러앉는다. 찍어 먹을 소스도 여러 가지를 준비하면 좋다. 쌈장, 마요네즈, 폰즈, 가장 심플하게는 소금과 후추. 누군가는 닭가슴살에 대파를 번갈아 꽂아 한입에 넣고, 그 옆에서는 노릇하게 구운 은행을 빼먹으며 쫀득함을 즐긴다. 너무 바짝 익었으니 이번에는 더 짧은 시간 구워 보겠다고 다시 불 앞에 앉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맥주 한 모금을 홀짝이면서 각자의 취향을 알고 싶어 손에 든 꼬치를 흘깃거리는 사람도 있다.

만나는 사람 모두가 한마음으로 좋아하는 음식을 찾아 똑같은 한 그릇을 나누어 먹는 것도 행복이지만, 꼬치구이 파티는 그런 것이다. 나와 같은 마음인 사람도 나와 다른 마음인 사람도 여기에 둘러앉았을 때만큼은 무엇이든 맛있게 먹기를 바라는 것. 누구도 실패하지 않고 배를 곯지 않고 만족하기를 바라는 것. 다양한 마음이 그 모습 그대로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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