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되면 루틴처럼 새해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그 다짐은 작심삼일로 흐지부지 막을 내리곤 한다. 수십 년간 반복된 새해 다짐 흑역사를 끝내기 위해 올해는 나름의 방안을 마련했다. 새해 다짐에 여행을 접목하기로 한 것. 독서, 운동, 배움 같은 새해 다짐을 애정하는 여행과 결합하니, 실천하기가 한결 쉬워진 느낌이다. 어째, 올해는 새해 다짐을 오래오래 지켜갈 듯하다.
독서
강화도 시골 마을에서 느긋하게 책 읽고
강화도로 떠나는 책방&북스테이 여행
‘텍스트힙(text hip)’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책을 읽는 행위는 멋진 일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실천하기가 쉽지 않은 게 또 독서다. 독서를 새해 계획에 올렸으나 책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 강화도로 떠나보자. 시골 외갓집을 닮은, 혹은 해리 포터를 떠올리게 하는 개성 넘치는 책방들이 독서 의욕을 활활 불태워줄지도 모른다.
강화도 책방 여행은 터줏대감 격인 ‘책방 국자와 주걱’에서 시작한다. 책방이란 글자가 빠졌다면 밥집 이름으로 착각할 뻔했다. 한 번 들으면 잊지 않을 개성 넘치는 이름이다. 혼자 사용하는 숟가락, 젓가락이 아니라 함께 음식을 나누는 국자와 주걱처럼 책을 통해 지식과 정, 마음을 나누는 공간이 되라는 뜻을 담았다. 뜻을 알고 나니 더 잊히지 않는다.
한적한 시골 동네에 들어선 책방은 얼핏 봐서는 일반 시골집들과 구분되지 않는다. 담벼락에 무심히 적어놓은 ‘책방 국자와 주걱’이라는 글자가 이곳의 정체성을 알려준다. 빼꼼 열린 대문으로 들어서면 책방 주인보다 고양이가 먼저 반긴다. 사람을 좋아하는 냥이는 다리에 몸을 비비대며 친근함을 표한다. 경계심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모습이 책방과 닮았다.
신발을 벗고 농가 안으로 들어서면 책으로 가득 찬 거실 마루가 나타난다. 마음에 드는 책 한 권 골라 마루에 털썩 앉으면 무조건 완독해낼 듯한 환경이다. 북스테이를 하면 밤새 책방이 나만의 서재가 되니 책 몇 권쯤 거뜬히 읽어낼지도. 주인장이 잠시 자리를 비워도 책방은 열려 있다. 주인장이 없으면 손님들은 알아서 책값을 계좌 이체하고 책을 읽다 가기도 한다. 겉모습만이 아니라 속까지 온전히 시골 감성으로 채워진 책방인 게다.
국자와 주걱에서 그리 멀지는 않은 곳에 또 하나의 매력적인 책방이 있다. 조용한 동네에 자리한 ‘책방 시점’은 돌김과 부추, 우엉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세 사람이 꾸린 공간이다. 돌김과 부추는 부부, 부추와 우엉은 선후배 사이다. 함께 어울리며 친구가 된 셋은 강화도로 이주해 집을 짓고 책방과 북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새로운 가족 형태를 이루며 사는 그들의 이야기는 책 <셋이서 집 짓고 삽니다만>에 고스란히 담겼다.
큰 창을 통해 볕이 한가득 쏟아지는 1층 거실이 책방 공간이다. 책방지기들이 정한 ‘질문할 용기, 발견의 기쁨, 관점의 전환’이라는 주제에 걸맞은 책을 선별해 소개한다. 강화도 이야기를 담은 책과 지역 작가들의 도서도 함께 판매한다. 겉모양도 속 내용도 저마다 다른 책들이 제법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책방지기의 손끝이 야무진 게 분명하다.
햇살 잘 드는 책방 테이블에 앉으면 나른하게 책에 빠져든다. 더 나른해지고 싶은 날에는 방 하나 꿰차고 북스테이를 즐겨보자. 책방 공간과 맞닿은 1층 방이나 낭만 실은 다락방에서 뒹굴뒹굴하며 책 읽는 행복을 만끽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두 책방과는 사뭇 결이 다른 ‘이루라책방’도 주목할 만하다. 부부 작가가 꾸린 책방은 공간 자체가 판타지 소설 같다. 북스테이를 겸하는 이곳의 객실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다. 인기 소설 <해리 포터>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각각 영감을 얻은 ‘9와 4분의3 비밀다락방’과 ‘골든트리숲 호빗하우스’가 대표적이다. 해리 포터나 호빗이 불쑥 나타날 것만 같은 환상적인 분위기가 상상력을 한껏 자극한다.
메인 공간인 책방 인테리어도 남다르다. 벽면 가득 책이 채워져 있고 공중에는 책 200여권이 둥둥 떠 있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읽은 사람이라면 호그와트를 퍼뜩 떠올릴 만한 모습이다. 책방지기가 호그와트를 모티브로 책방을 설계했다는 뒷이야기를 굳이 듣지 않았더라도 말이다.
공중에 날아다니는 듯한 책 인테리어는 조명과 결합해 더욱 이색적이다. 책방지기가 직접 만든 ‘북빛조명’ 아래서 책 읽는 기분이란, 꽤 ‘판타스틱’하다. 책방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하니 방문 전 확인하자.
휴식
웰니스 리조트에서 요가·명상·테라피
강원도 정선으로 떠나는 웰니스 여행
건강은 만인의 바람이고 운동은 만인의 새해 다짐이다. 건강과 운동, 그 중요성은 알겠는데 꾸준한 실천이 어렵다면 여행의 힘을 빌리자. 여행지는 청정함의 대명사 강원도 정선으로 정하면 좋겠다.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첫 ‘올해의 웰니스 관광도시’였던 곳이라 더욱 마음이 끌린다. 정선에는 우수 웰니스 관광지 3곳이 있는데 그중 파크로쉬 리조트앤웰니스와 로미지안가든이 차로 10분 이내 거리에 위치해 함께 방문하기 편하다.
가리왕산과 두타산 등 명산에 둘러싸인 파크로쉬 리조트앤웰니스는 이미 힐링 호캉스 성지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리조트가 자리 잡은 동네 이름이 숙암(宿岩)리인데, 옛 부족국가 맥국의 갈왕이 잠시 전쟁을 피해 이곳 바위 아래서 숙면했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 숙면과 휴식에 집중하기 좋은 주변 환경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웰니스 특화 리조트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재충전의 가장 근본이 되는 숙면에 집중한 점이 눈에 띈다. 전 객실에 수면 특화 침대와 베개를 비치하고 커피 대신 숙면에 도움을 주는 차와 다기 세트를 준비해뒀다. 더불어 매일 투숙객을 위해 요가, 명상, 테라피 등 각종 웰니스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온전한 쉼과 재충전을 위한 환경이 완벽하게 조성되어 이곳에 머무는 동안은 누구든 쉽게 건강한 생활을 실천할 수 있다.
사랑이라는 씨앗으로 빚어낸 아름다운 정원 로미지안가든에서 힐링의 시간을 이어간다. 설립자는 아픈 아내를 위해 공기 좋은 곳을 찾아다니다 가리왕산 화봉을 발견하고 10여년에 걸쳐 정성껏 정원을 가꿨다. 한 사람의 건강을 소망하며 완성한 정원은 이제 많은 이를 치유하는 공간이 됐다. 로미지안가든은 치유와 성찰의 숲이라는 타이틀 아래 다채로운 힐링 명상 테마 스폿과 트레킹 코스를 마련했다. 자유롭게 정원을 둘러보며 혼자만의 힐링을 즐기거나 웰니스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올바른 보행법을 배우고 숲을 걷는 워킹 테라피, 종합가시광선을 활용한 라이트 테라피 등 시기별로 갖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배움
근현대사 박물관서 광복 80주년 돌아보고
부산으로 떠나는 박물관 여행
외국어 공부, 악기 배우기, 경제 공부, 글쓰기 공부 등 각자 관심사에 따른 배움도 새해 다짐 리스트에 하나씩은 있을 터.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고 싶은 경우라면 전국 각지의 박물관을 탐방하며 재미있게 배움을 이어가자.
한국 근현대사 발자취가 생생하게 남아 있는 부산을 새해 첫 배움 여행지로 택해도 좋겠다. 우리나라 최초 근대 무역항인 부산포(현 부산항)가 1876년 개항하면서 부산은 일찍부터 근대도시로 탈바꿈했지만, 일제강점기에는 외세 침탈의 최대 피해지 중 하나였다. 해방 후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대한민국 임시수도로 역할을 했고 1960~1970년대에는 우리나라 경제 발전 중심지로 부상했다. 또 1979년 부마민주항쟁으로 한국 민주화운동에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러한 부산의 역동적인 근현대사를 보여주는 다양한 공간이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곳이 부산근현대역사관이다.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부산시 문화유산자료) 건물을 개조한 본관과 옛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부산시 기념물) 건축물을 활용한 별관에서 부산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전시가 이뤄진다. 2024년 1월 개관한 본관은 1층에 감각적인 부산 ‘힙’ 카페 까사부사노가, 지하에는 은행 금고 시설을 활용한 금고미술관이 위치해 매력을 더한다. 이 일대에는 40계단과 40계단기념관, 부산민주공원 민주항쟁기념관, 부산광복기념관, 임시수도기념관 등 함께 돌아볼 만한 역사적 장소가 많다.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도 부산에 위치한다. 일제강점기 때 강제동원이 부산항을 통해 상당수 진행됐고 강제동원 피해자의 22% 정도가 경상도 출신이었다는 점을 고려해 부산에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이 건립됐다. 강제동원의 개념과 과정, 실체 및 진상규명을 위한 현재의 노력까지 상세하게 알려주는 역사교육 공간으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 공간도 갖췄다. 아프지만 마주해야 할 우리의 역사를 곱씹으며 광복 80주년을 맞은 2025년을 의미 있게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