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건희 여사의 수행비서였던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샤넬 매장에서 가방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김 여사와 통화하며 의견을 주고받았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우인성)는 22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 여사에 대한 3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통일교 청탁 과정에서 제기된 ‘샤넬 가방’과 관련해 교환 업무를 담당했던 샤넬 매장 전 직원 A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건희 특검(민중기 특별검사) 측은 2022년 4월 11일 유 전 행정관이 샤넬 가방을 다른 가방과 구두 등으로 교환하러 온 상황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A 씨는 유 전 행정관이 매장을 방문했을 당시 누군가와 통화하며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을 봤다고 증언했다. 그는 “본인 물건을 교환하는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유 전 행정관의 휴대전화 너머로 40~50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고 밝혔다.
A 씨는 ‘통화에서 들린 목소리의 어투나 특징이 있었느냐’는 검사 측 질문에 “목소리가 걸걸한 느낌이었다”며 “응대 시간이 길었고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해 퇴근 후 유튜브에서 김건희 여사의 목소리를 확인해봤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 전 행정관이 제품을 상대방에게 보여주기 위해 영상통화를 한 것으로 보였다”며 “그 과정에서 휴대전화 화면에서 ‘김건희’라는 이름을 언뜻 본 것 같다”고 진술했다. A 씨는 유 전 행정관과 통화 상대방의 대화에 대해 “다소 딱딱한 어조로 대화해 비즈니스 관계로 보였다”며 “유 전 행정관이 존댓말로 응대했고, 상대방은 반말로 해 상하 관계처럼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 여사 측 변호인은 A씨가 “너무 선택적으로만 기억한다”고 반박했다. 변호인 측은 “하루에 15명의 손님을 응대한다고 하면 한 달 20일 기준 300명, 1년이면 4000명 이상을 상대한다”며 “3년 전 특정한 날 하루 동안 본 고객을 어떻게 기억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A 씨는 “업계 경력이 10년 정도 돼 기억력이 좋은 편이고, 당시 상황이 특이해서 기억하고 있다”고 답했다. 재판부도 “사람을 바로 특정하기는 쉽지 않다”며 “1시간가량 있었다고 해도 ‘그 사람이 그 사람인가’ 하고 생각하는 게 평상시에 있는 일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에 A 씨는 “직업 특성상 사람을 많이 만나서 헤어스타일이나 목소리 등은 기억이 남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김 여사는 2009~2012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자금을 대 ‘전주’로 가담해 약 8억원대 이익을 챙기고, 2022년 재·보궐선거와 지난해 총선 등에서 국민의힘 공천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오후 재판에서는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된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