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사죄는 행동이었다, 日도 그게 필요하다" 美 노교수 일침

2025-01-14

월터 해치 미국 콜비대 명예교수는 평생을 아시아 연구에 매진한 역사학자다. 전문 분야는 일본 정치와 외교로, 한ㆍ일 관계도 주 관심 분야다. 그가 쓴 『전후 일본과 독일이 이웃 국가들과 맺은 관계는 왜 달랐는가』는 국내에도 출간됐다. 그는 지난해 말 동북아역사재단이 주최한 '역사 화해의 길: 유럽과 아시아의 선택' 포럼에 참석해 한ㆍ일 관계에 대해 조언했다. 그의 주장의 요지는 "일본이 해야 할 것은 말 아닌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는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태도는 사과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적극 옮겨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한국의 계엄령 사태 후 외교 지형의 변화가 감지되는 상황에서 추가로 진행한 이메일 인터뷰에서도 그는 "이럴 때일수록 일본의 행동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다음은 동북아역사재단 포럼 현장 인터뷰와 이메일 인터뷰를 종합한 일문일답 요지.

한ㆍ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인데 양국 정치는 혼란스럽다.

"이번 사태로 그간 양국 관계에 대한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을 생각하면 안타깝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역시 국내 정치가 혼란스럽고, 이런 상황에서 양국 관계의 미래를 위한 노력이 계속되는 바람직한 방향은 현실적으로 (실현이) 어렵다. 계엄령 사태 이전까지 윤석열 대통령이 보인 대일 관계 개선 노력도 결국 한국 내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받지 못한 셈이 됐다. 하지만 일본 역시, (계엄령 사태 이전에도 윤 정부의 관계 개선 노력에) 적극적으로 호응했다고 보긴 어렵다."

일본은 왜 소극적이었다고 보나.

"지금까지 일본은 자국이 강한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한국과의 관계 개선 및 한ㆍ미ㆍ일 3국 협력에 임했다고 보긴 어렵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하니, 충복과 같은 입장에서 미국의 뜻을 따라 움직였고, 그 때문에 한국 쪽에서 보기엔 소극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었다."

한ㆍ일 관계 전망과 조언은.

"현실은 어렵다고 해도 끊임없이 이상을 위해 이리저리 움직여야 하는 게 외교다. 한국의 반일 감정이 여전히 강한 데는 이유가 있다. 한국의 정치인들이 반일감정을 이용해온 측면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이 이에 대한 피로감을 드러내며 비판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일본 일각에선 '우린 충분히 사과를 해왔다'는 인식이 있고, 조심스러운 표현이지만 '사죄 피로(apology fatigue)'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저서에서도 "일본은 사과의 말은 충분히 해왔다"라고 적었는데.

"일본이 사과를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요지인즉슨, 말로는 해왔다고 해도 이제부터 필요한 건 말이 아니라 행동이라는 점이다. 사죄를 더 해야 하느냐고 불만을 가질 게 아니라, 말 아닌 행동으로 그 뜻을 보여야 한다는 뜻이다."

독일과 일본의 차이는.

"'독일은 일본과 달리 과거사에 대해 이웃 국가들에 충분히 사죄한 반면, 일본은 그렇지 않다'라는 게 통념이다. 그러나 독일과 폴란드의 경우를 연구해보니, 독일이 일본보다 사죄를 더 많이 했다는 인식은 틀렸다. 독일이 한 것은 행동이었다. 유럽연합(EU)의 경제 및 안보에 실질적 역할을 하면서, '독일은 이웃 국가들과 협력한다'는 걸 행동으로 보여줬다. 그러나 일본은 그렇지 못했다. 물론 동아시아 지정학적 특성상 일본은 미국과의 양국 관계를 최우선으로 할 수밖에 없었던 면이 있지만, 이제부턴 달라져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전망은.

"트럼프 2기의 시작은 한국과 일본 모두에 과제다. 이 과정에서 양국은 갈등 아닌 협력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방위비 협상 등에서도 양국이 협력하며 각국의 실익을 확보할 수 있는 창의적 외교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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