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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를 달리는 저 많은 차가 모두 전기차로 바뀐다면. 하늘길이 보다 자유롭게 열려서 전기나 수소를 동력으로 하는 드론과 작은 항공기가 도심 하늘을 누빈다면. 환경을 위해선 환상적인 이야기지만, 공급을 생각하면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일단 전기차의 심장, ‘모터’ 공급이 당장 2026년부터 소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컴업2024에서 대상격인 ‘베스트 컴업 스타’를 받은 최종 3팀 중 한 곳인 포스코어는 새로운 소재로 전기차의 모터코어 공급 부족을 해결할 대안을 만든다. 전기차에는 이미 다 구동모터가 들어가고, 코어 역시 마찬가지로 개발 공급되고 있는데, 이 회사가 하는 일이 뭐가 특이하느냐고 물으신다면, 소재 자체가 새롭다. 그간 잘 쓰이지 않았던 철강 부산물을 분말로 만들어 쓰는데, 가루이기 때문에 더 작은 모터 생산이 가능해진다. 철강 부산물을 재활용하므로 재료 수급도 쉽다.
13일 <바이라인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김형진 포스코어 대표는 “버려지는 자원을 제품으로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고, 그 결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고기능성 자성분말을 맞춤형으로 제조하는 방안을 찾았다”면서 “현재 대기업들과 개념증명(PoC, Proof of Concept)과정을 거치고 있어 그 결과를 기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 컴업스타즈에서 최종 3인에 들었다. 총 1208팀이 지원한 중에, 대상이다
운이 너무 좋았던 것 같다.
컴업스타즈에 참여해서 얻은 이득이 있나?
서류 심사 통과 후, 그리고 네 번의 발표 때마다 멘토링을 받았다. 매일 같은 것을 보기 때문에 시각이 좀 닫혀 있을 수 있는데, 내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여러 시각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됐다. 대중들은 불특정 다수인데, 이런 분들에게 우리 기술을 쉽게 설명하는 것이 좋다는 코멘트도 듣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
포스코라는 좋은 직장을 다니면서, 굳이 사업을 시작한 이유가 있나?
포스코 연구원으로 계속 근무를 하다가 ‘잘 활용하지 않는 철강 부산물을 쓰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보자는 요구가 회사 내에 있어 연구를 시작했다. 처음부터 창업에 큰 뜻을 뒀던 것은 아닌데(웃음), 마침 회사에서 막 론칭한 사내 벤처 제도에 지원해서 지금 하던 연구를 사업화까지 해보자, 그런 생각이 들어서 (사업을) 시작했다.
포스코어가 하는 일이 자성분말로 모터코어를 만드는 것이라 했는데. 쉽게 이해가 되진 않는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철강 부산물을 재활용해 고기능성 자성분말과 부품을 제조, 판매한다. 중점적으로 개발중인 모터코어는 모터의 에너지 효율을 결정하는 핵심 부품으로, 최근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전기자동차를 비롯해 가전, 전동기, 발전기 등 산업 전반에 사용한다.
참고로, 모터는 전기에너지를 기계적 에너지로 변환해 기계를 움직이게 하는 회전력을 생산한다.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엔진 역할을 수행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그 모터코어가 전기차 수요 증가로 2026년부터 소재의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 효율 향상을 위해 모터의 고출력(고회전) 소형화가 요구되면서 제작 난이도 상승과 효율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포스코어는 분말 소결 방식(생산된 자성분말을 압축성형해서 제작)으로 모터코어를 제작해 기존 철강 판재 공급 부족 상황을 극복하고, 모터의 소형화, 고효율, 고속화 추세로 전환하고 있는 산업에 대응할 계획이다.
자성자성분말을 쓰는 방식이 왜 유리한가?
다섯가지 강점이 있다. 첫째로, 철강 생산 공정 내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재활용해 자성분말을 생산하기 때문에 원가와 가공비가 기존 프로세스보다 저렴하다. 물론 기존에도 자성분말을 쓰는 방식은 있었다. 그러나 기존 자성분말은 금속을 추출해 불순물을 제거하는 환원·제련 과정이 필요했다. 포스코어는 철강부산물을 활용하기에 해당 과정이 생략된다.
시간이 크게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 시간 뿐만 아니라 비용도 기존 대비 10~15% 적게 든다. 다른 회사는 광석에서 자성분말을 만들 원소를 하나씩 뽑아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불순물이 섞이거나 오염이 생기는 문제가 생길 . 수있다. 포스코어는 자성분말의 원소인 철과 실리콘을 이미 갖고 있는 철강 부산물을 쓰기 때문에 그걸 그대로 녹이기만 하면 된다. 시간과 비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배합하는 과정이 필요 없겠다. 또 다른 강점은?
두번째, 독자적인 성형과 열처리 기술을 갖고 있다. 에너지 손실에 영향을 미치는 산소 포화도를 일정 이하의 퍼센테이지(%)로 감소시키고, 입자간 빈 공간을 최소화해 자성 특성을 향상했다. 또 유연한 입도 제어 기술로 고객사의 요구에 따른 다양한 입도 분말을 생산할 수 있다. 안정적인 부산물 공급망을 갖고 있어 원료 중단 없이 수급이 가능하고, 환원과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우리가 개발한 신공정 기술을 통해서 40% 이상 절감할 수 있다. 셋째, 넷째, 다섯째 강점이다.
결선 발표에서 심사역 중 한 명이 “부산물로 만들기 때문에 성능이 떨어지는 건 아니냐”고 물었다. 그에 대한 답은?
원재로 자체가 부산물일 뿐, 이걸 다시 분말로 만드는 과정은 똑같다. 원재로가 무엇이든 녹이는 과정에서 우리 기술력으로 좋은 부산물을 만들 수 있으므로 문제는 없다. 그냥, ‘부산물’이라는 말 자체의 이미지 때문에 생기는 우려다.
글로벌 진출 계획도 세워놓고 있나?
3년 후 정도로 본다. 국내에서 포스코어의 분말 경쟁력을 검증 받은 후다. 다양한 무역회사들의 도움을 받아서 우리 분말이 쓰일 수 있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찾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최대한 검증을 받은 후 나가보려 한다.
국내에서 검증을 받는다는 말씀은 다른 회사들과 협업을 한다는 얘기 아닌가
그렇다. 대부분 현재 PoC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 자동차 부품회사, 전기 이륜차를 만드는 스타트업 등이다. 아직은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긴 어렵지만, 열심히 검증 중이다.
컴업스타즈 결선 과정에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서 (회사 기술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게 PoC 이야긴가?
그렇다. 지금은 자동차를 중심으로 하지만, 향후에는 드론이나 도심항공교통(UAM) 같은 데까지도 우리 기술이 적용될 수 있을지, 찾아봐야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은 냉장고에 들어가는 구동 모터를 테스트 중인데 TV에 들어가는 것까지 우리 모터로 가능한지 한 번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아무 모터나 쓰면 되는 것 아니냐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쓰이는 환경이 다르다. 예를 들어서 냉장고 같은 경우는 냉매가 돌지 않나. 자동차 같은 경우도 동작 주파스에 따라서 모터가 고속 회전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케이스마다 모두 다른데, 우리는 분말로 만들다보니까 설계 자유도가 있다. 가공이 어려웠던 것도 새로 도전해 볼 수 있어서, 그런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지금 하는 고민이 있다면?
일단은 현재 대기업들과 하고 있는 POC 결과를 굉장히 주의 깊게 보고 있다. 다음 라운드 투자를 내년 하반기 께 유치하려 생각하고 있는데, 그러기 위해선 POC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좀 나와야 할 것 같다. 회사의 총력을 다 하고 있다. 우리의 주장을 결과로도 증명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PoC를 모두 마치고, 본격적으로 수익이 나는 시점은 언제라고 보나?
2027년이다. 지금은 POC를 진행하면서 시장 적합성을 보는 단계다.
지금까지 누적 투자는 얼마나 받았나?
컴업스타즈에 도전하기 전에는 10억원이 안됐었는데, 컴업이 진행되는 사이 투자를 받아서 현재는 누적 19억원이 됐다. 투자사 슈미트, 한투액셀러레이터, 디캠프, 캡스톤파트너스 등에서 투자했다.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소부장 스타트업이 다 힘들다. 모두 힘내서 화이팅했으면 좋겠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