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들의 '심폐소생술'… “친구 쓰러지자 흔들고 깨물어 깨웠다”

2025-03-02

우리 사회에서 누군가 쓰러진다면 주변 사람이 달려들어 심폐소생술(CPR)을 시도하는 것처럼 생쥐들도 본능적으로 응급 처치를 시도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미국 NPR 등에 따르면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USC) 신경과학 연구팀은 마취된 쥐를 본 쥐가 의식을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이 확인됐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지난 21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했다.

리 장 연구원은 몇 년 전 마취된 실험용 쥐를 케이지 안에 넣자 내부에 있던 다른 쥐가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을 목격했다. 의식이 없는 쥐의 주위로 다가가 냄새를 킁킁 맡고 몸을 이빨로 물며 마치 '응급처치'를 시도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이 같은 행동은 코끼리나 돌고래, 침팬지 등 지능이 높고 무리를 형성하는 동물에게서 종종 관찰됐지만 설치류와 관련한 연구 결과는 없었다.

이에 장 연구원은 쥐가 의식을 잃은 쥐의 회복을 돕는다는 가설을 세우고 마취제를 투여한 쥐(이하 기절 쥐)와 그렇지 않은 쥐(이하 활동 쥐)를 한 우리에 넣고 반응을 확인했다.

활동 쥐는 케이지 안에 기절 쥐가 들어오자 처음에는 냄새를 맡거나 그루밍 등 평범한 상호작용을 보였다.

그러나 기절 쥐가 반응하지 않자 활동 쥐는 기절 쥐의 입을 물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입을 벌려 혀를 뽑아냈다. 기절한 사람의 혀가 안으로 말려들어가지 않도록 '기도 확보'를 하는 듯한 모습이다.

모든 실험에서 활동 쥐들은 기절 쥐의 입을 깨물거나 핥았으며 평균적으로 13분간 이어졌다. 또 이 중 절반은 기절 쥐의 입을 벌려 혀를 뽑았다.

일부 실험에서 연구팀은 기절 쥐의 입 안에 무독성 이물질을 넣어두었는데, 활동 쥐 80%가 이 이물질을 제거하며 적극적인 응급 처치에 임했다.

이 같은 모습은 쥐가 이미 죽었거나, 활동적으로 잘 움직이는 경우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기절 쥐와 활동 쥐가 친숙할수록 응급처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더 높았다.

또한 이 행동은 실제 기절 쥐의 의식을 더 빨리 회복하게 도왔다. 특히 혀를 잡아당기는 행위가 의식을 가장 빠르게 회복시켰다. 활동 쥐는 기절 쥐가 깨어나면 더 이상 핥거나 깨물지 않았다.

연구 공동저자인 후이중 윗 타오는 “쥐는 본능적으로 일련의 행동을 수행할 수도 있다. 이 쥐들은 이전에 의식을 잃은 쥐들을 본 적이 없어 배울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면서 “쥐들의 응급처치는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톨레도 대학교의 신경과학자 제임스 버켓은 “이러한 행동이 뇌에서 옥시토신을 방출하는 뉴런에 의해 일어난다”며 “이 호르몬은 다른 동물을 보살피는(이타적인) 행동에 관여한다”고 부연했다.

다만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시카고 대학교의 신경과학자 페기 메이슨은 “내가 실수로 거리에 20달러를 흘리고 그걸 다른 사람이 줍는다면, 그 사람은 도움을 받았지만 나는 도움을 준 것이 아니다”라고 예를 들면서 “인간 외 동물을 관찰할 때 너무 인간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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