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음식배달은 식당이 제공하는 무료 서비스였다. 하지만 26조원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지금, 배달 서비스는 결코 무료가 될 수 없다. 배달 플랫폼은 시장을 키워야 했고 무료 배달을 도구로 사용했다.
그 결과 음식배달의 가치를 향유하는 소비자 대신 식당이 그 비용을 온전히 지불하고 있다. 식당과 플랫폼이 배달비를 나눠 부담한다고 하지만 플랫폼이 부담하는 비용의 원천은 결국 식당이 지불하는 수수료이기 때문이다. 식당 사장님들이 배달주문은 해봐야 손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소비자와 음식점, 양면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플랫폼 사업자가 지배적 지위를 갖게 되면 시장 운영권력을 갖게 된다. 그래서 플랫폼 기업 간 경쟁은 치열하다. 그런데 우리는 원칙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들을 배달 시장에서 보고 있다. 시장을 리드하던 플랫폼이 경쟁자와 같은 수준으로 수수료율을 올리는 것도 이상하고, 올렸던 수수료율을 사업자 간 논의를 통해 내리는 것도 이상하다.
경쟁이 사라졌다. 소수 플랫폼들이 동일한 원칙으로 시장을 운영하며 담합 시장을 만들고 있다. 26조원까지 커진 배달시장을 유지하기 위해서 플랫폼 사업자 간의 타협이, 그리고 지속적인 식당들의 희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먼저 배달을 통해 창출한 가치의 공정한 배분이 필요하다. 배달에 소요되는 비용의 대부분을 소비자가 아닌 식당이 지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배달비 부담을 식당에서 소비자로 이전시키는 것이 배달 시장 정상화의 시작점이 돼야 한다.
두 번째로 주문 중개와 배달 서비스라는 두 개 사업은 분리 운영돼야 한다. 소수의 주문 중개 사업자들이 배달 서비스를 함께 운영하면 배달비 수준은 물론, 누가 부담할지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주문 중개 사업자들이 식당으로부터 배달비의 일정액을 받는 것은 권력이 플랫폼에 과도하게 쏠린 결과이고 위에서 이야기한 공정가치 배분원칙에 어긋난다. 배달비는 시장에 맡기고 플랫폼 사업자가 원한다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형태로 운영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른 산업과의 연결을 통해 배달 서비스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행위 역시 규제를 검토해야 한다. 타 산업에서 구축한 지배적 지위를 배달시장으로 확장하는 행위 역시 독점기업의 전횡 중 하나인 영역확장으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배달시장은 이미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정착됐다. 플랫폼은 그들이 제공하는 편리에 상응하는, 그리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수수료에 기반해 시장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중개라는 플랫폼의 가치에 충실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게 지금의 논란을 끝낼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이승훈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