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코의 한 등산객들이 산 속에서 금화와 각종 보석이 가득한 '보물상자'를 주워 화제다.
미국 과학전문지 파퓰러 사이언스에 따르면 체코의 동보헤미아 크라로베 박물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2월 체코 포드크르코노시 산맥에서 보석과 금화 등 7kg 상당이 들어있는 철제 상자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유물은 인근 산맥에서 하이킹을 하던 여행객 2명이 발견했다. 작은 알루미늄 캔과 철제 상자에 담겨있는 물건을 보고 높은 가치가 있는 유물이라고 여긴 관광객들은 이를 박물관 측에 가치를 의뢰했다.
알루미늄 캔 안에는 1808년에서 1915년 사이 주조된 순금 금화 598개가 11개 묶음으로 검은 천에 싸여 있었다. 프란츠 요제프 1세가 통치하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당시에 만들어진 금화로 추정된다.
캔에서 약 1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철제 상자안에서는 코담배 상자, 팔찌, 빗, 사슬 주머니 등이 발견됐다. 이 것들도 모두 금으로 만들어졌다.
박물관의 미로슬라프 노박 수석 고고학자는 “발견자들이 상자를 열어 보였을 때, 입이 떡 벌어졌다”며 “금화의 가치는 최소 25만파운드(약 4억 7000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이 보물은 최대 100년 넘게 땅 속에 숨겨져 있었다. 이 보물의 역사적 가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귀중품을 지하에 보관하는 행위는 선사시대부터 흔한 관행이었다”며 “처음에는 종교 활동에 의해 더 활발했지만, 전쟁 등 불확실한 시기에 재산을 보관해 두었다가 나중에 돌려받을 목적으로 보관하는 경우도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발견된 보물이 정확히 어디서 유래했는지는 더 많은 조사가 필요하다. 이전에도 체코에서 금화가 발견된 적은 있지만 세르비아, 프랑스, 벨기에, 튀르키예(터키), 루마니아, 이탈리아, 러시아 등 다양한 국가의 금화가 나왔기 때문에 확신하기 어렵다.
다만 1938년 뮌헨 협정 이후, 수천명의 체코인과 유대인 난민들이 아돌프 히틀러의 박해를 피해 내륙 깊숙한 곳으로 이주하는 과정에 숨겼다는 추측이 있다. 또한,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러시아군이 진격해오자 나치가 후퇴하면서 금을 묻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박물관장 페트르 그룰리히도 “이 금화가 1938년 나치의 침공 이후 점령지를 떠나야 했던 체코인의 금화인지, 아니면 1945년 이후 강제 이주를 두려워했던 독일인의 금화인지는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물의 출처와 관계없이 동보헤미아 박물관은 해당 유물을 박물관에 전시하길 희망하고 있다.
한편, 이 보물을 발견한 등산객들은 체코법에 따라 발견된 유물들의 총 가치 중 10%를 받을 전망이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