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합의문 없는 계속 협상이 뉴노멀…굳건한 신뢰 형성이 성과”

2025-08-28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2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국과의 협상은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 계속 협상이 뉴 노멀(새로운 기준)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이 끝난 뒤에도 공동성명이나 팩트시트(협상 요약문)를 발표하지 않고 계속 세부적인 협상을 이어가는 게 ‘트럼프 시대’의 새 방식이라는 것이다.

강 실장의 발언은 한·미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 등이 발표되지 않은 것을 두고 일각에서 나오는 “성과 없는 회담”이라는 비판에 대한 반박 성격도 있다. 그는 “전술적으로도 (합의문을 만들지 않고) 시간을 가지는 게 나쁘지 않다는 내부적 판단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협상이 빨리 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별로 없다”고 부연했다. 일본과 미국의 관세 협상 관련 합의문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 등에 따르면, 한국 측은 통상·투자 협상과 관련해 미국 측의 압박에 섣불리 합의문을 만들 경우 향후 더 불리한 점이 많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앞서 김용범 정책실장이 3500억 달러 대미(對美) 투자와 관련해 “실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세부적 방안을 미국 측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시간을 갖고 꼼꼼히 협상한다는 차원이다. 다만 강 실장은 “나중에는 결과적으로 (양국 논의가) 명문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강 실장이 ‘뉴 노멀’을 언급한 배경엔 새로운 문제를 계속 제기하며 협상을 어렵게 만드는 트럼프 행정부의 특성도 있다. 강 실장은 “지금은 자동차 관세를 이야기하지만, 의약품·원전 등 다른 분야에 대해 문제 제기가 충분히 될 수 있기 때문에 과거와 달리 나라 간 협약이 특별한 이유 없이 달라질 수 있다”며 “별다른 새로운 위협이 발생하거나 다른 이견·이슈가 없음에도 안보 비용의 미국적 측면에 대해 어려움이 전달되면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이것을 총체적으로 가리켜 뉴 노멀이라고 지칭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중요한 성과를 강 실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이에 굳건한 신뢰 관계가 형성됐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교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정상 간의 신뢰는 국가 간 관계 발전의 토대이자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강 실장은 트럼프가 사인한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와 오찬 메뉴판, 종이 명패를 간담회에서 보여주며 트럼프가 정상회담 직후 열린 오찬에서 한국 측 참석자들을 위해 40~50번 정도 일일이 모자 등에 사인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것만 봐도 (트럼프가 한국에) 정성을 들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 중 하나로 북·미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이 꼽히는 가운데, 강 실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다음 달 중국 항일전쟁 승전(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 열병식 참석 계획을 정상회담 전에 미리 인지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도 이런 일들의 영향을 기본으로 받았다”며 “(회담 논의가) 잘된 부분들을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서 해석해볼 여지가 있어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정상회담에서 트럼프가 북·미 대화에 관심을 갖고 한국에 더 공을 들인 배경에 북·중·러 밀착의 영향이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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