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장은 23일 “인공지능(AI)이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가정은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가정을 바탕으로 국가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의 ‘AI 올인’ 경제성장 전략에 리스크가 있다고 짚은 것이다.
김 소장은 이날 경향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AI가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린다는 보장이 없고, 설사 AI로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일반 시민들의 소득 개선으로 이어질지 매우 불투명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 브리핑에서 “AI 대전환은 인구충격에 따른 성장 하락을 반전시킬 유일한 돌파구”라고 말했다. 정부는 ‘AI 대전환·초혁신 경제 30대 선도 프로젝트’에 재정·세제·금융·인력·규제 완화 등 ‘최우선 패키지’ 지원을 할 예정이다.
김 소장은 “(한국보다 AI 기술이 앞선) 중국은 녹색산업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하는 등 다양한 미래 산업에 투자하고 있다”며 “AI 말고 미래산업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시”라고 말했다. AI 성장 전략과 녹색전환 등 다른 미래산업 전략 간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경제와 디지털경제 정책연구자인 김 소장은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 서울시 혁신센터장과 협치자문관, 정의당 부설 정의정책연구소장 등을 지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을 총평하자면.
“세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AI가 경제성장률을 올려준다는 보장이 없다. AI로 잠재성장률을 3%로 끌어올리겠다는 정부 목표가 달성 가능한지가 문제다. 세계 경제학계에선 ‘AI가 생산성을 높여 경제성장률을 올릴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론 아제모을루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 교수처럼 ‘AI는 과대 포장됐다’는 견해도 있다.
둘째, 설사 AI가 성장률을 올려주더라도 일반 시민의 소득 개선으로 이어질지 불투명하다. ‘고용 없는 성장’으로 이어지면 GDP는 늘어도 일반 시민의 소득은 개선되지 않고 불평등만 강화될 수 있다. 일부 대기업이나 테크 기업의 시가총액을 올리는 데 그칠 수도 있다.
셋째, AI 중심 성장은 기후에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녹색산업 전환에 AI와 맞먹을 만큼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현재 정부의 AI 정책은 기후정책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 미·중 기술경쟁 사이에 낀 한국이 AI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적어도 ‘AI 올인’은 하지 말아야 한다. 중국은 녹색산업이 전체 GDP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AI 말고는 미래산업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시다.”
- 정부도 녹색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부족하다. 석유화학·철강·시멘트·기계·자동차 부품 등 한국의 주요 주력 산업들이 최근 중국의 부상으로 위협을 받고 있다. 이들 산업에 AI를 탑재한다고 해서 경쟁력이 생기진 않는다. 이들 산업에 ‘녹색의 옷’을 입히지 않으면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기존 주력 산업의 녹색전환과 새로운 녹색 산업들의 창출도 AI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나마 녹색산업은 물리적 실체가 있는 편인데 AI는 그렇지 않다. 정부가 지나치게 AI에 ‘올인’하는데, 결국 균형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