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애도했지만 중국 가톨릭 단체 교황 선종에 사흘째 침묵…왜?

2025-04-23

정부는 애도 논평… 애국회는 침묵

중국, 대만 염두 교황청과 관계 개선

차기 교황 선출 결과 따라 관계 갈림길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임 중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도 힘썼다. 하지만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중국공산당과 타협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향후 바티칸·중국 관계의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 당국이 통제하는 공식 가톨릭 조직인 중국천주교애국회(애국회) 홈페이지에는 23일까지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소식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상하이·푸젠교구 미사일정 등 중국 내부 교계 소식만 올라와 있다. 애국회는 2023년 베네딕토 16세가 선종했을 때 그의 사진과 함께 “우리는 베네딕토 16세를 하느님의 자비에 의탁하며 하늘에서 영원한 안식을 주기를 청한다”는 애도 논평을 게재했다.

중국 정부는 전날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에 애도를 표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레브리핑에서 애도 메시지와 함께 “최근 몇년 간 중국과 바티칸은 건설적 접촉과 유익한 교류를 이어왔다”며 “중국은 바티칸과의 지속적 관계 개선을 촉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가톨릭계는 중국은 교황을 ‘세계의 종교 지도자’가 아닌 ‘저명한 주권국가 수장’으로 보고 애도 논평을 냈다고 본다. 중국 정부 논평 이후에도 애국회가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에 침묵하고 있는 것은 당국의 종교 통제가 더욱 강화됐다는 점을 반영한다.

가톨릭은 중국 당국이 신앙생활을 허용하는 5대 종교(도교·불교·개신교·가톨릭·이슬람)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중국은 로마 교황청의 사제 임명권을 주권 침해로 보고 인정하지 않아 교황청과 갈등을 빚어 왔다. 중국 가톨릭 신자들은 중국 당국이 임명한 사제들이 운영하는 ‘애국회’를 통해 활동해야 한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애국회 소속 신자는 600만명이다. 하지만 600만~1200만명의 신자들이 애국회 대신 로마 교황청을 따르며 지하에서 신앙생활을 이어간다고 추산된다.

교황청과 중국은 2018년 사제 임명 방식을 두고 2년 기한의 임시 협정을 맺었다. 협정 내용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 내 신앙 활동을 확대하는 대신 중국 정부의 사제 임명권을 인정한다는 내용으로 추정된다. 이듬해 처음으로 중국과 교황청이 모두 인정하는 사제가 탄생했다. 협정은 2022년과 2024년 연장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밖에도 우호적 행보를 계속해 나갔다. 재임 중 중국 방문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으며 2022년 9월 카자흐스탄을 방문했을 때 불발에 그쳤지만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 차 카자흐스탄에 머무르고 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을 희망하기도 했다. 2023년 몽골을 방문했을 때에도 중국 신자들을 언급했다.

중국도 유화적 조치에 어느 정도 화답했다. 지난해에는 애국회 가입을 거부해 가택연금에 처해졌던 95세 신부가 중국 정부의 승인을 얻어 톈진 교구의 정식 사제로 임명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한국 방한 시 1999년 요한 바오로 2세와 달리 중국 영공을 통과를 허락받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종교활동에 대한 통제는 더욱 엄정해지고 있다. 중국에서 다음 달 1일부터 실시되는 외국인 종교생활 규정에는 예배 시 중국인 신자와 외국인 신자를 분리하도록 규정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에는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중국에 타협했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대만을 고립시킬 목적으로 교황청과 관계 개선에 나선 중국에 이용당했다는 평가도 있다. 2018년 협정을 강력히 비판해온 조셉 젠 신부가 민주화 운동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2022년 홍콩 당국에 체포됐을 때 교황청은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중국과 교황청의 관계는 차기 교황 선출 결과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측근이자 유력한 차기 교황 후보인 피에트로 파롤린 대주교는 2018년 중국과의 협정을 설계한 인물로 꼽힌다. 보수파 교황이 당선되면 중국과의 관계가 다시 경색될 수 있다.

중국이 오는 26일 예정된 장례식에 조문단을 파견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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