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덕텔링] "미 해병대는 버린 전차를?" 대한민국 해병대 'K2 흑표' 도입은 옳다

2025-12-12

[비즈한국] 대한민국 해병대가 마침내 ‘K2 흑표 전차’​를 품에 안게 될 전망이다. 국회가 심사 중인 2026년 국방예산안에 해병대용 K2 전차 도입을 위한 착수금 10억 원이 반영되면서, 총사업비 약 4200억 원 규모의 해병대 구형 전차 대체 사업이 첫발을 떼게 된 것이다. K2 전차는 육군의 주력 전차이자 폴란드 수출을 통해 성능을 입증받았으며, 최근 페루와의 방산 협력에서도 핵심 의제로 다뤄지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전차로 평가받는다. 2014년 육군 실전 배치 이후 10여 년 만에 이루어진 이번 결정은 해병대의 숙원 사업이 해결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해병대는 국가 전략기동부대(Strategic Mobile Force)로서 미국, 영국, 태국 등 세계 각국에서 최정예 전력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높은 위상과 달리 장비 보급 우선순위에서는 육군에 밀려 늘 차순위였다. 6·25전쟁 직후의 M47 전차를 장기간 운용했고, 현재 주력인 K1 전차 역시 도입된 지 30년이 넘어 노후화가 심각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K2 전차 도입을 두고 “미 해병대도 포기한 전차를 왜 굳이 도입하느냐”는 비판을 제기한다. 실제로 미 해병대는 ‘포스 디자인 2030(Force Design 2030)’ 계획에 따라 2020년부터 M1A1 에이브람스 전차 전량을 퇴역시키고, 드론과 미사일 중심의 경량화된 부대로 개편 중이다.

그러나 이는 전장 환경의 차이를 간과한 주장이다. 미 해병대의 개편은 중국과의 분쟁을 상정한 ‘원정 전방 기지 작전(Expeditionary Advanced Base Operations)’에 최적화된 것으로, 태평양의 작은 섬들을 오가며 치고 빠지는 기동성에 중점을 둔다. 반면 한국 해병대의 핵심 임무는 여전히 적의 방어가 견고한 해안을 정면 돌파하여 교두보를 확보하는 ‘강습상륙(Amphibious Assault)’과 수도권 측면 방어다.

특히 서북도서와 김포·강화 지역은 북한의 기계화 부대를 직접 마주하는 최전선이다. 북한이 최근 신형 전차 ‘M2020’을 공개하며 기갑 전력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우리 해병대가 노후한 구형 전차로 대응하는 것은 수도권 방어에 치명적인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 유사시 해병대 1개 사단이 상륙작전을 통해 적의 주력 부대를 후방으로 유인하고 분산시키는 전략적 가치를 고려할 때, 강력한 충격력을 갖춘 K2 전차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물론 현대전 환경과 북한의 계속된 군비 증강으로 우리 해병대가 전시에 북한 후방에 사단급 상륙작전을 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 큰 것은 사실이다. 특히 북한은 원거리 지대함 미사일, 북한판 스파이크 NLOS 미사일, K2 전차를 노리는 신형 자폭드론 등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위협이 증대한다고 임무를 포기한다면, 현재의 작전 개념하에서는 북한의 남침 전력이 기존보다 더욱 강화될 수 있어 휴전선과 가까운 수도 서울은 적의 집중된 대규모 전력에 조기에 함락당할 우려가 크다. 따라서 대안 없이 강습상륙작전을 포기할 수는 없다. 아무리 선진화된 미래전 개념이 우수해도 현실에 기반하지 못하면 그것은 과거의 구태의연한 전술보다 가치가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성능 면에서도 K2 전차는 한국 해병대에 최적화되어 있다. 미군의 M1A1 전차는 70톤에 육박하는 중량 탓에 상륙함 탑재와 한국의 갯벌 지형 기동에 제약이 많다. 반면 55톤급인 K2는 우리 해군의 차기 상륙함(LST-II) 탑재가 용이하며, 유기압 현수장치를 통해 험지 돌파 능력이 탁월하다. 이는 중국 해군 육전대가 운용하는 ZTD-05 경전차나 북한의 신형 전차를 압도하는 화력과 방어력을 제공한다.

단, 이번 도입이 단순한 ‘장비 교체’에 그쳐서는 안 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최근 중동 분쟁에서 증명되었듯, 전차의 생존성을 위협하는 드론과 대전차 미사일에 대한 대비책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해병대용 K2 전차 역시 폴란드 수출형(K2PL)과 유사하게 RCWS와 하드킬(Hard-kill) 방식의 APS를 장착하여 적 드론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필자는 이탈리아 레오나르도(Leonardo)사의 ‘볼케이노(Vulcano) 120mm’ 유도 포탄 도입이나 동급의 국산 유도 포탄 개발을 제안한다. 기존 전차포의 사거리(약 3km)를 획기적으로 늘려 30km 밖의 표적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이 기술은 상륙 작전 시 해병대가 적의 해안포나 미사일 기지를 원거리에서 제압하는 ‘게임 체인저’가 되어, 해병대 전차의 생존성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상륙부대의 위협 요소를 함포나 항공지원보다 더 빠르고 정밀하게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전에서 전차의 위상이 과거와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한국의 안보 환경에서 전차 없는 해병대는 ‘이빨 빠진 호랑이’일 뿐이다. 해병대의 K2 전차 도입이 단순한 전력 보강을 넘어 ‘한국형 해병 기계화 부대’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국민을 지키는 가장 든든한 방패, 흑표를 탄 해병대의 모습을 하루빨리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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